케이뱅크, 업비트 수 백억 이자 줘야 되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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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를 제휴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이자 부담이 수 십억에서 수 백억으로 불어나게 될 처지에 놓였다. 당국이 가상자산 이용자들의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법을 시행하며 이자율이 기존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은행들에 예치금 이용료율 산출 근거를 주문했다. 

금융당국이 거래소들의 예치금 이용료율을 요구한 이유는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거래소들은 이용자들에 예치금에 대한 이자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농협), 코인원(카카오뱅크), 코빗(신한은행), 고팍스(전북은행) 등 5개사다. 이들 중 예치금을 운용하고 은행으로부터 이자 수익을 받는 곳은 업비트와 고팍스 두 곳이다.

하지만 이들 두 거래소 모두 예치금 이자 수익을 고객에 지급하지 않는다. 증권사들의 경우 투자자들의 예수금에 대해 최고 2%, 평균 1%수준의 예탁금 이용료를 제공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이자 지급을 달리 규정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2022년 고객 보관금에 대해 이자지급을 고려한 바 있으나 유사수신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검토를 중단했다. 업비트에 따르면 그간 이자수익으로 수령한 금액은 모두 ESG활동에 활용됐다. 

업비트 관계자는 “오는 7월 이용자 보호법으로 관련 규정이 마련되었으므로 고객들의 예치금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할 예정”이라며 “지급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케이뱅크다.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하는 예치금 이자는 현재 0.1%수준이다. 그러나 이용자보호법 시행되면 예치금 이용료율이 증권사에 준하는 1%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업비트에 예치금 2조 8684억원에 대해 약 38억원의 이자를 지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업비트의 예치금이 전년 대비 9500억원 증가한 3조 828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의 이자부담은 400억원대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거래소 예치금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시중은행과 달리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수금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수금 의존도는 20.7%인 3조 9486억원에 달한다. 

케이뱅크는 현재 업비트 예수금을 국공채와 환매조건부채권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총 수신의 20%라는 큰 예치금 규모에 이자율이 크게 상승할 경우 케이뱅크의 순이 증가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달리 업비트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케이뱅크 내에서 크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며 “가상자산 거래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다 보니 고유동성 자산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어 고객들의 입출금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빗썸 등 3개사는 고객 예치금을 별단예금으로 보관하고 있어 별도의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NH농협은행의 빗썸 고객 예치금 비중은 약 0.2%, 카카오뱅크의 코인원 예치금 비중은 0.3%, 신한은행의 코빗 예치금 비중은 0.01%수준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그간 고객 예치금을 거래소가 건드릴 수 없도록 은행과 협의해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계정에 보관해 운용하지 않아왔다”며 “법 시행 이후 이자를 지급해야 하게 되더라도 시중은행의 규모상 1%수준의 이율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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