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트렌드] 생성형AI가 촉발한 전력조달 전쟁…무탄소 전략에 ‘원전’ 다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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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미국에 약 33%가 위치하며 2026년 전체 전력 수요 중 6%를 차지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데이터 전력에 대한 수요는 곧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조달 경쟁으로 이어졌다. 주요 데이터센터들은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 무탄소 전력과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을 맞추는 무탄소 에너지(CF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이 전력을 만드는 무탄소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

 
2020년 오픈AI의 초거대 인공지능(AI)인 GPT-3가 등장한 이후 초거대 AI 개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각 연구팀은 많은 매개변수(parameter)를 사용해 성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더 많은 매개변수를 사용하는 건 결국 큰 비용 지출과 데이터,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 AI의 폭발적 성장으로 데이터센터와 관련 소모 전력은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한 공간에 서버 스토리지(전자기 형태의 데이터 저장 장치)를 비롯한 장비를 집적하고, 관련 환경을 구축해 1년 내내 중단 없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세계 각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약 1만개에 이른다.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당분간 센터 증설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는 앞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이 더욱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가 집중돼 있는 아일랜드는 2021~2022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31% 급증해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 중 5분의 1을 차지했다. 향후 에너지 효율성 개선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AI 시장 성장이 더 많은 전력 수요를 불러일으킬 거라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재작년 전력 소비량은 460테라와트시(TWh)였다. 이는 전체 전력 수요 중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등이 소모하는 전력량이 2026년까지 2배 증가해 620TWh에서 1050TWh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규모다. 여기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학습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전력만 포함됐다.
 
이러한 흐름을 촉진하는 건 생성형 AI다. 모건스탠리는 2027년에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중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 세계 데이터센터 중 33%가 위치한 미국 전력 소비량은 2022년 200TWh에서 2026년 260T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약 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국 천연가스 기업인 EQT의 토비 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엔 AI가 미국 가정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확보와 에너지 확보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냉방과 환기’

 
데이터센터의 전력에서 냉각기 가동이 약 40%를 차지한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냉각에 소모되는 전력을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냉각 방식 효율을 개선하면 에너지 비중을 최대 10%가량 낮출 수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기 위한 기술은 전통적인 공랭 방식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냉대기후 지역인 북유럽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는 이유도 냉방 에너지 효율과 관련이 깊다. 공기 순환과 냉각에 전력이 아닌 차가운 외부 대기 온도를 활용함으로써 서버실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재생에너지 사용이 불리한 국가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액침냉각과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이다. 공기 대신 액체를 흘리거나 데이터센터에서 열을 내뿜는 하드웨어를 물속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탄소 중립’ 전력 수급 주요 과제 중 하나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탄소중립’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 중 하나다. 탄소중립 이행 수단 중 하나인 RE100은 글로벌 업체들의 신재생 전력 100% 사용을 촉구한다. RE100에 가입하려는 기업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공개 선언한 뒤 2030년까지 60% 이상, 2040년까지 90% 이상,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조달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RE100 가입자 수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0%씩 증가해 현재 420곳 이상이다. 해당 기업들의 연간 소비 전력량은 총 481TWh 이상으로 프랑스(425TWh)보다 많은 수치이며, 전 세계 전력소비량의 1.7%에 달한다. 국가별 참여 분포를 살펴보면 본사 위치를 기준으로 미국 기업이 98개로 가장 많다. 일본은 80개, 영국은 49개, 한국은 36개 등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확보 수단으로 전력구매계약(PPA)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재생에너지 PPA가 가장 많았던 기업은 2~4위까지 모두 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정보통신(IT) 기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875메가와트(MW)의 태양광 계약을 체결해 가장 많은 용량을 차지했다. 이어 구글, 메타, 아마존 순이다.
 

무탄소 발전원 ‘원자력’ 대안으로 급부상

 
이 과정에서 원자력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전국가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력 확보를 늘리려면 원전을 대폭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은 무탄소 발전원이라는 점과 더불어 24시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1년 단위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모든 전력을 무탄소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큰 풍력이나 태양광보다 일정한 기본 전력을 제공하는 원자력이 목표 달성에 더욱 유리한 측면이 있다.
 
현재 빅테크 기업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저탄소 전력원은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 에너지원임은 분명하다. 태양광은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모든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원자력이나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전환 단계 에너지 자원까지 ‘둘 다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세계 주요국 역시 친원전으로 돌아서거나 탈원전 속도를 늦추는 정책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은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며 일본, 한국, 미국 등은 기존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IEA는 “각국이 원전을 늘리고 있다”며 원전의 전력 생산량이 올해와 내년 3%씩 증가해 2025년에는 291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 2809TWh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IEA는 이후로도 원자력 발전 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2026년에는 1.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중국과 인도는 원전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중국은 현재 원전 25기를 건설 중이며 향후 46기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인도도 추가로 8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94기), 프랑스(56기), 중국(56기) 순이다.
 
이러한 흐름에 기인해 작년 11월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한국 등 22개 원전 지지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 용량을 3배 늘리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개막 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으나 고금리, 송배전망 확대, 에너지 저장과 같은 문제로 인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결국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미국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폐쇄 원전을 재가동하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을 재가동하고자 소유주인 홀텍인터내셔널에 15억 달러(약 2조588억원)를 대여해줬다.
 

빅테크 업체들도 원자력 활용 비중 확대

 
빅테크 업체들도 원자력 에너지 활용 비중을 키우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6월 원자력 업체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버지니아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한 원자력 에너지는 해당 데이터센터에 최대 35%까지 전력을 공급한다.
 
구글은 핵융합 기술 스타트업인 TAE 테크놀로지의 자금 조달에 참여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원자력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펜실베이니아주 큐뮬러스 데이터센터를 인수했다. 미국 발전‧송전 회사인 탈렌 에너지에 6억5000만 달러(약 8921억원)를 대금으로 지급했다. 양사는 향후 10년 동안 원자력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잠재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모듈을 제작해 원자로 부지로 수송한 후 바로 설치할 수 있는 출력 300메가와트일렉트릭(MWe) 이하인 원자로를 말한다. 1개 단독 또는 10여 기까지 SMR로 구성된 원전을 소형모듈원전이라 한다.
 
SMR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무전원상실사고(SBO)가 발생해도 최소 72시간 동안 외부 지원 없이 원자로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내진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전성도 뛰어나다. 기존 원전은 대형 배관으로 연결된 주요 기기들을 하나의 원자로 압력 용기 안에 내장하는 방식인 일체형 설계 개념을 채택했다. 이와 달리 SMR은 대형 냉각재 상실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구조다.
 
우리 정부 역시 국가전략 기술 중 하나로 차세대 원자력 기술(i-SMR)을 선정했다. 작년 연구개발(R&D) 비용 274억원을 비롯해 2028년까지 6년간 총 399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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