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반도체 경쟁에 미국 유럽 810억 달러 썼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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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들이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에 들인 자금이 810억 달러(약 111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과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막강한 자금 여력을 갖춘 강대국 정부들이 잇따라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에 뛰어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도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13일 “미국 및 주요 동맹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중국이 수십 년에 걸쳐 추진해 온 산업 정책이 도전에 직면하게 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이 잇따라 반도체 생산공장 또는 연구센터를 신설하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하며 중국과 더욱 뚜렷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연합이 관련 기업에 제공한 보조금 규모는 8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첨단 미세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활용된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과 TSMC 및 인텔이 각각 독일에 신설하는 반도체 공장 등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인센티브 규모는 약 750억 달러, 유럽연합의 지원 규모는 463억 달러로 아직 상당한 금액이 집행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블룸버그는 씽크탱크 RAND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양측이 모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및 유럽과 중국 사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갈수록 첨예한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은 약 10년 전부터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키워 자급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두고 화웨이와 SMIC, YMTC 등 주요 현지 기업에 공격적인 지원을 벌여 왔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두고 뒤늦게 대응에 나서며 막대한 금액을 관련 기업 지원에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이 현재까지 반도체 산업 육성에 1420억 달러(약 195조 원) 상당의 자금을 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미국과 유럽의 노력이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주요 동맹국이 중국을 상대로 기술 규제를 강화하며 견제에 나선 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는 더욱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이 각각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점점 더 많은 노력을 들이기 시작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컨설팅업체 이스트웨스트퓨처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 기술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지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블룸버그는 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한 기술 규제와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유치가 모두 트럼프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말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바이든 정부와 같이 중국을 압박하고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강대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은 자연히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이 모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지만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최근 들어 첨단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집중되며 이와 관련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시설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패키징 설비 투자 계획을 내놓은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을 모두 중요한 사업 기반으로 두고 있어 두 국가 사이 갈등에 어느 정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이들 기업의 중국 내 사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의 낙수효과가 점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파운드리와 반도체 패키징 등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도 열리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와 반드시 함께 쓰이는 제품인 만큼 첨단 파운드리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자연히 메모리 수요 증가를 이끌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의 지원 방안도 더욱 구체화된 결과를 낳게 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의 사업 기회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은 단지 중국에 맞서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입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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