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상화 계기 vs 탁상공론, 금융권·대형사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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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해소 방안에 대해 건설업계·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해소 방안에 대해 건설업계·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1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해소 방안에 대해 건설업계·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PF 사업장의 \’옥석고르기\’ 및 부실 정리가 본격화하는 등 시장 정상화에 계기가 마련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공론\’인데다 금융권의 부실 해소나 우량 사업장을 가진 대형건설사 위주의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총 2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PF 시장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사업성 평가 기준을 현재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한다. 사업성이 가장 낮은 4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공매 절차를 추진한다. 또 은행·보험권은 PF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으로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고, 1조원대 캠코 펀드는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높인다.

일단 전문가들은 PF 위기 해소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세워졌다는 점을 평가하는 분위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방안에 대해 “보다 명확한 사업 재구조화와 속도감 있는 연착륙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이번 PF대책은 상당히 구체적인 방안들을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평가등급 세분화와 구체화 등을 담은 \’PF 사업성 평가기준\’이 개선돼 사실상 민간금융회사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6월부터 PF대출 사업장의 옥석고르기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성이 극히 낮아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운 사업장 등 부실자산들은 상당부분 정리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인허가, 착공 감소 우려를 줄이고 향후 부동산 공급 시장 개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건설, 금융사 등 각 사업주체 이해조정의 어려움이 큰 만큼 잘 모니터링하고 부동산PF 시장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PF 평가기준 개선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면서 지원대상·비대상을 가르는 논란이 줄어들 수 있다”며 “우량사업장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모럴헤저드 방지는 물론 정책 신뢰도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비우량 사업장도 마냥 버리지 않고 재구조화를 통해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로 부동산PF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지 경·공매 등의 정책도 돈이 걸린 사안이기에 의견이 나뉠 수 밖에 없으며 단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견건설업체나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날카로운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원활한 자금 순환을 촉진하겠다며 PF 추가 보증의 조건·범위 등 세부 사항을 마련한 후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책을 엉성하고 허술하게 해놓고 마치 가능한 것처럼 발표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미 2022년 하반기에 제2금융권 규제 유연화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작동이 전혀 안 되는 상태”라며 “재구조화‧정리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금융회사 임직원에 면책을 부여하겠다고 하지만 어떤 임직원이 그런 걸 믿고 용감하게 추진하겠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위의 \’질서있는 연착륙\’이란 부실사업장 구조조정일뿐 건설사업자들이 기대하고 희망하는 부동산 PF 지원 방안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라면서 “구조조정으로 금융회사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PF 대출 심사 중 10%도 통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이번 대책으로는 PF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 소장은 “건설사들이 벌려놓은 PF 위기와 미분양 사태가 5조원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4단계 사업장에 대해 경·공매 절차를 추진하는 것 또한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근본 대책에 되기에는 역부족으로 탁상행정으로 나온 대책”고 비평했다.

그는 이어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지만 봄이 너무 멀어 오줌을 안 눌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투입 자금이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향후 늘어날 미분양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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