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영토 넓히는 이재용… 반도체 ‘히든 챔피언’ 獨 자이스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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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칩 영토 넓히는 이재용… 반도체 '히든 챔피언' 獨 자이스 방문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왼쪽) 자이스 CEO 및 안드레아스 페허 자이스 반도체제조부문 CEO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 ‘빅샷’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최근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생존을 건 동맹군 찾기에 돌입한 가운데 이 회장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시(市)에 있는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나 반도체 장비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네덜란드 ASML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공급하는 178년 전통의 세계적 광학시스템 기업이다. ASML이 생산하는 최첨단 노광장비는 극자외선(EUV)을 투사해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데 이때 EUV가 정교하게 목표물을 때리도록 유도하는 초정밀 특수거울이 바로 자이스의 작품이다. ASML의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은 3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이스의 기술과 부품이 없다면 전세계 반도체 산업이 마비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ASML이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이라면 자이스는 ASML마저도 주무르는 ‘히든 챔피언’인 셈이다.

이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람프레히트 자이스 CEO를 비롯해 송재혁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 등과 최근 반도체 핵심기술 동향과 양사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한 뒤 각종 부품 생산과정을 직접 살펴봤다.

AI칩 영토 넓히는 이재용… 반도체 '히든 챔피언' 獨 자이스 방문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최고경영진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회동에서 자이스와 함께 EUV 기술 및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한 6세대 10나노급 차세대 D램을 양산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이스와의 협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전세대 제품보다 더 많은 회로에 EUV가 활용된다는 점이다. D램 공정에 EUV가 적용되면 동일한 칩 면적에 더 많은 기억 소자를 정교하게 배치할 수 있어 AI시대 메모리칩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양사는 D램과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차세대 AI 반도체의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 방안 △칩 성능 개선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

앞서 자이스는 2026년까지 480억 원을 투자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회동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과 협업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이 회장의 행보 역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스시 회동’을 가진데 이어 피터 베닝크 ASML 전 CEO(지난해 1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올 2월) 등과 잇달아 직접 만나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황 CEO와의 만남이 일식당 사장의 개인 SNS를 통해 알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빅샷들과의 만남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올 초 삼성전자 본사를 직접 방문했었다.

반도체 장비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 반도체는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어떤 업체가 더 싸게 만들어내느냐를 두고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업체가 고객사 입맛에 맞는 고품질 맞춤형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를 두고 생존 싸움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CEO 레벨에서 주로 이뤄지던 반도체 세일즈 경쟁 역시 앞으로는 총수 레벨로까지 확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황 CEO를 직접 만난 뒤 회동 사실을 이례적으로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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