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 하는데”…삼성전자, 노조 발목에 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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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노사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로 결정했지만,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이에 불복하고 항의를 지속하면서 노사 양측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 노사갈등에 발목이 잡혀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지난 1일 일방적인 임금인상안 합의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사업장을 찾아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을 포함한 임원진과 면담을 시도했다. 이날 면담 요청에는 전삼노 구성원 약 200명이 참석했지만 임원진 부재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의 충돌로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노조 측은 “회사 직원이 밀어 넘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노사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로 결정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다운턴(불황)으로 인한 DS부문의 극심한 적자에도 전년 평균 임금인상률인 4.1%보다 1%p 높게 책정한 수치로,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인상률(2.6%)의 2배 수준이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총연봉 재원의 증가율로, 기본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진다. 이에 따라 상위 평가를 받은 직원들은 평균 7% 이상 인상되고, 특히 사원급 고성과자는 8∼10% 수준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현재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은 상위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전 사업영역에 걸쳐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직원 사기 진작 등을 고려해 5%대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기흥나노파크 내 사무실을 방문해 인사팀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삼노 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 전삼노는 노조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노조 측은 전날 긴급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번 사측 임금인상률은 일방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평화적 활동을 하려 했지만 (앞으로는) 파업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삼노는 오는 5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 결과 조합원 과반 찬성 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한편 투표율은 1일 오후 기준 91.15%를 기록했다.

전삼노가 노사협의회 임금협상에 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2년에도 “회사가 노사협의회와 불법 임금협상을 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는 등 지속해서 노사협의회 결정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대해 회사 측은 노사협의회 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사에 전체 직원 과반으로 구성된 노조가 없을 경우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조정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로 교섭대표권을 가지고 있지만 가입자 수는 2만4066명으로 전체 직원(12만4000명)의 약 20% 수준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가 없거나 소수 노조일 경우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비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근로자 보호차원에서 위법하지 않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전삼노가 삼성전자를 고발했을 때도 무혐의로 사안을 종결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 18일 교섭 결렬 선언 후 사업장별 순회 투쟁 중인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한편 전삼노는 지난 18일 교섭 결렬 선언 후 6.5% 임금 인상률, 유급휴가 1일 추가 등을 요구하며 사업장별 순회 투쟁 중이다. 노조 측은 쟁의 찬반 투표 마감일까지 항의 방문을 계속하며 자신들의 뜻을 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노사 갈등이 확대되면서 업계 일각에선 파업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지난 1969년 창립 이래 지난 55년간 노조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노조는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성과급에 대한 불만으로 조합원 수가 급증하면서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창립 5년 만에 2만명을 넘었다.

이에 대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당사는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해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할 경우 노동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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