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산업 10대 뉴스] ㊦ 대통령도 뛰어든 반도체戰…’한파’에 기업은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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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2023년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 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산업계에 유독 힘든 한 해였다. 업계 선두 위치에 있으면서도 업황 악화로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이 나타났고, 대기업 총수들의 사법리스크까지 확산되면서 중장기적인 계획 설정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내년 역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이뉴스24가 올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10대 뉴스를 선정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산업부] 2023년에도 산업계의 중심은 ‘반도체’로 움직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대만·유럽 등 곳곳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이어졌지만, 시장은 되레 찬바람이 불었다.

생성형 AI 바람에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 덕분에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도 예년보다 더 치열해진 모습을 보였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재판에 얽혀 몸살을 앓았다. 기업들의 불안 요소였던 ‘노란봉투법’은 사실상 폐기돼 안심하는 분위기지만,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이 예고돼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혹한기’ 보낸 K-반도체, 잇단 회복 조짐에 본격 ‘업턴’ 대비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이 올 한해 대내외적 경제 상황 악화로 ‘혹한기’를 보낸 가운데, 시장에선 최근 잇따라 내년 업황 ‘회복’을 기대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올해 매출 대비 20.2% 증가한 6210억달러(약 810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D램과 낸드가 각각 17.3%, 14.9% 증가하고, 비메모리는 20.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본격적인 경기상승(업턴)에 대비해 투자, 생산, 인재 채용 등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내년 반도체 장비 투자에 각각 약 27조원과 5조3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는 올해와 비교해 각각 25%, 100%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양사는 내년 반도체 출하량을 늘려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감산의 폭을 줄일 전망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올해 대비 24% 전후, SK하이닉스는 작년말 수준까지 D램 생산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양사는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이달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다양한 직무에서 각각 경력사원 채용에 나선 바 있다. 특히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과 곽노현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잇달아 대학 캠퍼스를 찾아 강연을 하는 등 ‘미래 인재’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생성형 AI 바람에 반도체 지각변동…SK하이닉스, HBM 돌풍

메모리 반도체 한파로 올 한해 어려움을 겪던 SK하이닉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내년부터 실적이 급속도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한 듯 SK하이닉스는 최근 글로벌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된 데다 시총 2위 자리도 탈환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특히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0~15%에서 내년 3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글로벌 시장 구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시장 점유율은 34.3%로, 1위 삼성전자(38.9%)와의 격차를 4.6%p까지 좁혔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최근 제품 가격을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는 만큼 4분기 점유율 격차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하고 지금까지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 조직을 산하에 구성했다.

◇외교전으로 번진 반도체…新 격전지로 급부상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세계 반도체 산업이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 역시 올 한해 한층 더 단단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우방국을 중심으로 열띤 외교전을 펼쳤다. 정부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오는 10월 만료가 예정된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유예를 연장했다. 지난 3월에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양국 간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갈등을 해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AP/뉴시스]

또 지난달에는 설계와 연구 역량에 강점이 있는 영국과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해 ‘슈퍼乙’로 불리는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클린룸’을 시찰했다. 이어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하며 반도체 장비 공급·조달의 활로를 뚫는 데 성공했다.

◇”회장님은 재판 중”…’사법 리스크’에 경영 불확실성 커진 재계

재계 총수들은 올들어 연달아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며 몸살을 앓았다.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영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재판이 잇따르며 관련 그룹들은 총수의 향후 경영 활동 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검찰로부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받았다.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 2개월 만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며 내년 1월 26일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565일간 옥고를 치르는 등 이미 햇수로 8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중이다. 지난해 12월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30여년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려 참담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초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소송을 낸 집안 사람들과 분쟁 중이다. 그간 경영 활동이 전무했던 세 모녀,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 씨가 경영권 참여를 이유로 기존 합의를 깨고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자고 소송을 낸 것. 앞서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 중 ㈜LG 지분 11.28%는 구광모 회장 8.76%, 구연경 대표 2.01%, 구연수 씨 0.51%로 나눠 상속이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치열하게 구상해야 하는 와중에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가고 중대재해법 온다”…재계, 규제 굴레에 ‘근심’

최근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악법’이라고 불렸던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재계는 한숨을 돌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법률안 재의 요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번 21대 국회에서 범야권의 노란봉투법 입법화 시도는 종지부를 찍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과거 19대·20대 국회 때 발의됐었으나, 폐기를 거듭했던 법안이다. 지난해 야소야대 국면에서 재발의돼 약 1년 만인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처리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지만, 재계는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원하청 질서를 무너뜨리고 파업을 조장하는 법으로, 이번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서비스산업 하청·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재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도 속앓이 중이다.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시행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이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야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큰 만큼 실현 가능성을 점치긴 힘든 실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내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2021년 법 제정 이후 지난해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적용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주가 최대한 인지능력을 발휘해 유해·위험 요인을 발견하려고 노력했어도, 발견하지 못한 위험성이 발현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받는 상황”이라며 “찰과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너무 쉽게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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