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카펫을 걷는 셀럽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죠. 화려한 의상, 눈부신 장신구, 그리고 고혹적인 구두까지. 하지만 2025 멧 갈라에서는 그 전형적인 장면을 깬 반전의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구두 대신 어글리 슈즈, 우리말로 직역하면 ‘못생긴 신발’의 시초인 크록스를 신고 레드 카펫을 밟은 라라 앤소니입니다.

@lala

@cro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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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는 이번 멧 갈라에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검정 크록스를 착용했습니다. 스와로브스키와 협업으로 탄생한 만큼 이 크록스는 화려한 크리스탈을 더해 완성됐습니다. 지비츠를 따로 더하지 않아도 그야말로 찬란한 자태를 자랑하죠. 그런데 여기에 꽃 모양 지비츠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크록스가 완성됩니다. 못생긴 신발이라 취급받던 크록스가 레드 카펫 위에서 누구보다 반짝이는 순간이었습니다


@crocs
사실 크록스가 레드 카펫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저스틴 비버는 2022년에 열린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발렌시아가와 협업한 크록스를 착용했습니다. 2021년에는 직접 크록스와 함께 협업 제품을 만들었을 정도로 연이 깊죠. 일상은 물론 공식 석상에서도 자주 크록스를 착용해온 그는 제품을 출시하며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취향을 신발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자신이 신고 싶은 크록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습니다.


음악 감독 퀘스트러브 역시 유명한 크록스 애호가예요. 2021년 고섬 독립영화제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크록스를 신은 채 등장했습니다. 평소 검정 옷차림을 즐기는 그에게 지비츠가 달린 크록스와 금빛 크록스는 완벽한 포인트가 되었어요.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입체적인 머리 모양의 크록스를 신었습니다. 레드 카펫 위 크록스는 그해 역시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는데요. 그는 시상식 이후 크록스 사진을 올리며 “와! 이건 진짜 예술이야”라고 덧붙였죠. 다큐멘터리 〈썸머 오브 소울〉로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해였습니다.

브룩 쉴즈 또한 지난해 열린 제77회 토니 어워즈에서 크록스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크록스가 발가락 수술 이후에도 편안하게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죠. 생후 11개월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그는 오랫동안 공식 석상에서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어야 했습니다. 결국 발가락뼈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죠. 그런 그는 노란 드레스에 어울리는 노란색 크록스를 신으며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그에게 크록스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레드 카펫에 구두를 고집하게 되었을까요? 염료가 귀하던 중세 시대에 붉은 천은 가장 비싼 원단 중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레드 카펫은 오직 귀한 손님을 위한 환영의 의미로만 깔리는 귀한 천이었죠. 그 천을 밟는 비싸고 깨끗한 구두야말로 그 환대에 보답하는 최고의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레드 카펫도, 구두도 이젠 형식만 남았을 뿐, 더 이상 레드 카펫과 구두를 보며 과거의 의미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레드 카펫 위 다양한 신발을 존중할 준비가 됐습니다. 틀에 박힌 구두 대신 못생긴 신발을 신어보는 건 어떨까요? 심지어 그게 크록스가 아니라 휠체어라도요. 레드 카펫 위 가장 빛나는 등장은 가장 나다운 모습에서 시작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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