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삶과 ‘결혼 피로연’의 연결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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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의 새 영화 〈결혼 피로연〉이 최근 북미에서 개봉했습니다. 이 작품은 1993년 이안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해요. 원작은 한 동성애자 남성이 미국 영주권을 필요로 하는 중국 이민자 여성과의 위장 결혼으로 자신의 남자친구를 부모님에게 숨기려고 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리메이크된 2025년판 〈결혼 피로연〉에서는 상황이 살짝 바뀌고 복잡해지는데요. 파트너가 있는 레즈비언이 영주권을 얻으려는 게이 친구에게 위장 결혼을 제안하죠. 윤여정은 게이 손자를 둔 할머니 ‘자영’ 역할을 맡았는데요. 한국에 있던 그가 손자의 결혼 소식에 갑자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위장 결혼의 당사자와 그들의 파트너들은 사태 모면에 나서게 됩니다.

윤여정은 〈결혼 피로연〉을 두고 “개인적 삶의 이야기가 이 영화와 깊이 연관돼 있다”라고 고백합니다. 사실 그의 첫째 아들은 2000년에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인데요. 윤여정에 따르면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거기서 아들 커플의 결혼식도 열었습니다. 극 중 윤여정이 손자에게 건넨 대사 중 하나는, 실제로 아들이 그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 윤여정이 했던 말을 감독이 영화에 녹인 것이라고 해요.

윤여정은 SMCP 등 외신에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사람들은 공개적으로든 부모님 앞에서든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내 첫째 아들이 동성애자여서, 아들과 겪은 것을 영화에서 공유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이 (동성애자들에게) 마음을 열길 바라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라고 덧붙였고요. 또 그는 이제 아들보다 그의 파트너를 더 사랑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한국에서 게이 자녀를 둔 부모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는 고충도 털어놨어요.

윤여정은 과거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두 아들의 결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성인이 됐으면 육아는 끝이고 결혼은 본인 스스로의 길이니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요. 만약 자식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자를 데려왔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편하려고 결혼하는 게 아니고 둘이 행복하면 그만”이라며 “내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그러면 안 보면 된다. 왜 보기 싫은 자식 배우자를 보며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나”라고 전했죠. 이런 분명한 소신을 가진 엄마 윤여정의 삶이 〈결혼 피로연〉에도 제법 스몄을 것 같아요. 영화의 한국 개봉은 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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