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대 국내 버라이어티 예능 중 최장수 프로그램은 바로 SBS 〈런닝맨〉입니다. 2010년 7월부터 15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니까요. 초반 이름표 떼기 레이싱으로 시작해 콘셉트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특집을 펼치며 변주를 멈추지 않았던 건 이 프로그램이 꾸준하게 사랑 받는 비결입니다. 멤버들과 프로그램의 분위기도 계속 변화해왔는데요. 이와 함께 매년 바뀌는 것이 있습니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은 알고 있겠지만, 〈런닝맨〉 시작 전 멤버들이 나와 “런닝맨은 15세 이용가”라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이를 ‘연령 고지’라고 해요. 스포츠 중계나 뉴스 방송을 제외한 TV 프로그램들이 시작 직전에 영상물 등급을 표시하기 위해 내보내는 영상이죠. 제작진은 지난 2018년부터 이 연령 고지의 연출을 〈런닝맨〉 멤버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덕분에 재미있는 콘셉트의 연령 고지를 오직 〈런닝맨〉을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됐고요. 매년 촬영하는 연령 고지를 살펴보면 세월의 흐름도 느껴져서 남다른 감회를 주기도 하네요.

용마산 봄맞이 등산 2025년 ver.

지난 16일 방송된 〈런닝맨〉은 연령 ‘고지 상승’ 레이스로 꾸며졌습니다. 봄맞이 등산을 컨셉으로, 기본 촬영 높이는 해발 100m지만 돈을 사용할 때마다 촬영 고도가 10m 씩 높아지는 콘셉트였죠. 멤버들은 봄 맞이를 주제로, 의상부터 꽃 소품까지 전부 준비된 돈을 이용해 구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재석은 꽃무늬 원피스로 이루어진 ‘젠더리스 룩’, 김종국은 크롭티와 핫쇼츠로 구성된 ‘애슬레저 룩’을 소화하며 웃음을 줬고요. 소비한 금액에 따라 용마산 210m 지점에서 촬영하게 된 멤버들은 요란한 착장으로 힘든 등산 레이스를 펼치며 웃음을 자아냈네요. 특히 올해 첫 연령 고지 촬영에 나선 지예은은 등산 내내 곡소리를 내며 울분을 터뜨려 각별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런닝 수산시장’ 2023년 ver.

2023년 5월에는 멤버들이 각자 연령 고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중 미션을 통해 파쇄되지 않고 살아남은 팀의 그림이 최종 콘셉트로 결정되는 방식이었죠. 멤버들은 각자 상대 팀에게 더 큰 굴욕을 주기 위해 극악무도한 그림을 그렸는데요. 이때 최종 선정된 유재석 팀은 상대편을 두고 “전소민은 얼굴이 랍스터 상이니 수조에 들어간 바닷가재다, 하하는 기저귀 찬 가리비고 양세찬은 물텀벙이다”라고 설명했어요. 대신 같은 팀인 김종국과 지석진, 그리고 본인에 대해서는 붐마이크, 지미집, 마동석 코스프레라는 다소 무난한 분장을 기획했네요. 지금 봐도 난해한 연출로, 많은 이들에게 역대급 연령 고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유재석과 동물들’, ‘닮은꼴 런닝맨’ 2018년 ver.

연령 고지 레이스를 처음으로 제안해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던 버전으로, 두 번의 레이스를 통해 콘셉트가 결정됐습니다. 먼저 1월에는 ‘유재석과 동물들’이라는 유재석의 아이디어가 채택받았어요. 제안자의 입맛에 맞게 유재석은 멀쩡한 모습이고 김종국은 고양이, 지석진은 임팔라, 전소민은 앵무새, 양세찬은 메기, 이광수는 기린, 송지효는 사막여우, 하하는 펭귄으로 분장했죠. 각 멤버들의 특색을 잘 살려 동물을 매칭한 유재석의 센스가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어 4월에는 하하의 아이디어인 ‘닮은꼴 런닝맨’이 선정됐습니다. 우선 하하는 자신의 닮은꼴이자 엄마인 김옥정 여사와 함께 멋진 블랙 수트를 착용해 우승자 특전을 즐겼고요. 유재석과 정범균은 통아저씨를, 양세찬과 이종석은 알프스 소녀를, 지석진과 조우종은 가오나시, 전소민과 한민관은 토시오, 김종국과 케이윌은 개구리 왕눈이와 아로미로 변신했습니다. 이날 연령 고지의 백미는 이광수와 한기범이었죠. 외모 뿐 아니라 190cm 대의 장신까지 닮은 두 사람은 최장신 쫄쫄이 화이트 의상을 선보이며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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