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다코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
숟가락으로 장식한 드레스, 치노 팬츠를 뒤집어 만든 스커트, 벨트 버클을 줄줄이 이어 만든 가방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브랜드. 바로 스웨덴 출신의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Ellen Hodakova Larsson)이 스톡홀름에 기반을 두고 만든 호다코바(Hodakova)다. 생활 속 오브제에 대한 강한 애착, 지속 가능성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열망을 창의적으로 소개하는 그녀와 나눈 이야기.
LVMH 프라이즈, 파리 컬렉션 발표 후 누구보다 바쁜 2024년을 보냈을 것 같다
정말 바빴다. 지금은 다음 컬렉션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홈페이지와 레이블까지 컬렉션 외에도 많은 걸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팬츠의 허릿단을 이용해 만든 구조적인 드레스.
3년을 지내오며 호다코바의 컨셉트와 창의력만 제외하고 모든 게 변했다. 컬렉션을 제작하는 프로세스, 그 프로세스에 관련된 사람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있고, 프로젝트 수도 늘어나고 컬렉션 규모도 커졌다. 브랜드 인지도 역시 훨씬 높아졌고.
보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예술처럼 옷 역시 입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지 않나. 나는 옷과 예술이 표현하는 공통점을 찾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옷이 우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왜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소통’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옷을 입는 방식과 예술이 관련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과거에 익숙했던 이미지를 계속 익숙한 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보면 처음엔 보지 못했던 디테일과 변화를 인식하게 된다. 점점 더 철학적이고 시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자주 보던 벨트나 지퍼를 반복적으로 넣은 피스로 강렬한 첫인상을 주고 관객이 그것을 가까이 봤을 때 실제로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패션 자체보다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작업은 옷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것에 질문할 수 있도록 뒤틀어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호다코바의 옷을 볼 때 처음엔 실루엣을 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재료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그 순간 질문이 시작된다. 물론 이 질문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기도 한다(웃음). 이것이 호다코바의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벨트를 활용해 만든 위트 있는 디자인의 스커트.
소재 자체보다 어떤 상황과 가능성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 길을 가다 멋진 스타일을 가진 사람에게도, 내가 키우는 강아지가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에서도 강한 영감을 받는다. 나는 어떤 소재나 오브제를 보고 그것이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을 때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메탈이나 가죽의 데드 스톡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스웨덴의 다양한 단체와 공장에서 꾸준하게 소싱하고 있다. 지금은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오히려 이 과정이 더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메탈이나 가죽도 옷으로 입을 수 있도록 특별히 가공 처리하는 공장과 직접 소통한다. 지난 3년 동안 꾸준하게 작업해 온 결과다. 호다코바만의 작은 프로세스 체인을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유니크한 디자인만으로 브랜드를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실용성과 유니크함의 밸런스는 어디서 찾나
강렬한 이미지의 피스들 외에 웨어러블한 룩도 디자인하고 있다. 컬렉션은 수트 팬츠를 뒤집어 만든 업사이드 다운 스커트 같은 실용적인 제품부터 드라마틱한 쇼 피스 그리고 그 중간을 잇는 룩,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한다. 누구든 자신만의 스타일과 원하는 정도로 피스를 고를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편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브랜드 전반에 영감을 준다. 개인적으로 외부 요소보다 내 안에서 무언가를 찾는 게 중요한 사람이다. 그게 무엇보다 진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실은 매 시즌 흔들릴 수 있는 컬렉션을 같은 방향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처럼 내 생각과 에너지를 열어보는 것과 같다.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내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인데, ‘호다코바’야말로 내 안에서 출발해 그 안의 것을 전달하는,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오래된 가방을 활용한 2024 F/W 시즌 룩.
엄마와 함께 말을 타고 숲을 달리곤 했다. 네 살 때 처음 말을 탔는데, 말을 타고 숲을 질주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말과 소통하는 건 나에게 굉장히 특별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몸으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데 익숙해져 오늘의 호다코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이딩 부츠로 만든 드레스도 등장했나 보다(웃음). 과거에서 영감을 얻었다지만 컬렉션은 굉장히 현대적인 이미지로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과거는 흔히 말하는 레트로는 아니다. 과거의 익숙한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다.
라이딩 부츠를 연결해서 만든 2025 S/S 컬렉션 드레스.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가 호다코바처럼 기존 물건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전과 달리 이 개념(기존 물건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하는 접근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고, 특히 이런 부분은 중고와 빈티지 아이템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패션도 인간관계처럼 주변의 것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는 역할을 하는 거다.
과거의 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곧 지속 가능한 패션과 이어진다. 이런 방식에 관심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디자이너는 무엇보다 자신의 작업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왜 하는지가 중요하다. 목적의식이 부족하면 그 창작은 모두에게 이기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생산과 연결되면 영향력이 커지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제는 디자이너가 가진 창의적 욕구가 글로벌하게 어떤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모든 컬렉션의 타이틀이 ‘11’로 시작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11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이고, 그 뒤를 따르는 숫자들은 컬렉션을 발표한 날짜다.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5년 후에는 아주 큰 시골집에서 브랜드를 꾸려갔으면 한다. 호다코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면서 디자인하는 공간을 만들고, 옷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통해 사람들이 호다코바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숟가락으로 만든 2023 F/W 시즌의 볼드한 드레스.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스타일을 선보일지 귀띔해 줄 수 있나
아직 무언가를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하지만 사람들이 예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예정이다. 누군가 깜짝 놀라는 상황을 좋아한다. 다음 컬렉션으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싶으니 기대해 달라.
호기심이 가득한, 우아한 그리고 알 만한. 다시 말해 ‘클래식한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