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싱어송라이터. 여전히 소년으로 자라나는 중.
이 책과의 첫 인연
이제니 시집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은 교과서에 실린 고전시를 벗어나 처음으로 접했던 현대시집이다. 고전시 형식이 파괴된 현대시는 당시 큰 충격이자 매력으로 다가왔다.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순 고마운 책이다.
이 문장을 꼽은 이유
인간은 너무도 이면적인 탓에 자신의 진심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오늘을 살며 내일만 생각하고, 아침에 웃다가 저녁에는 울기도 하면서. 나 또한 나의 이면성을 그대로 느끼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이 시를 접했는데, 아무도 없는 방에서 외치고 싶던 말이 그대로 쓰여 있었다. “웃어야 할 때 웃을 줄 모르고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했던” 흔들리는 소년에게는 위로였다. 이후 이 문장을 마음에 품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마음 한구석에만 남겨두기로 했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
이제니, 안희연, 최진영, 구병모.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 닿는 문장에 호기심이 생긴다. 그러다 마음에 파도처럼 밀려드는 문장과 마주쳤을 때 감동은 거대하다. 책이 내 품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될 때가 많다. 말없는 친구가 내 멍든 마음을 뭉근히, 오래오래 만져주는 느낌이랄까.
나는
안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2학년에 재학 중. 말차처럼 달달하고 부드럽지만 내면과 현실을 쌉쌀하게 넘나드는, 오래 기억되는 시를 쓰고 싶다.
이 책과의 첫 인연
전공 시간에 처음 알게 된 시집이다. 처음에는 그리 강렬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요즘 자극적인 요소를 담거나 사회 문제를 날 서게 포착한 시집이 많은 데다 ‘말차의 숲’처럼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건 왠지 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 이후 홀로 찬찬히 읽었을 때 느낌이 달랐다. 화자는 ‘마음’이라는 자신의 내면을 차분하지만 숨기지 않고 매섭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 문장을 꼽은 이유
한창 이 시집을 읽던 지난 6월, 나는 한 사회의 일원으로 나태하게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고민이 컸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내가 부끄럽고, 고개가 숙여지는 시기이기도. 짧은 우울감을 느꼈을 당시 이 문장이 와닿았다. 시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스로 존재를 의심하게 될 때 읽곤 한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
내면에 담긴 감정이나 묵힌 이야기, 상처 등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통일성 있게 구현하는 시인을 좋아한다. 강우근, 조윤온, 유병록 시인처럼.
당신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
SNS가 일상에 자리 잡고 ‘텍스트 힙’이라는 신조어처럼 책 읽는 행위를 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자기만족을 얻는 일이 유행이 됐다. 그럼에도 그 자체로 종이 책이 소비되는 일이 반갑다. 누군가는 따라 읽을 테니까. 내가 문창과로 진학한 계기는 문학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갖고 싶은 직업의 기반이 글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점차 문학세계로 발을 넓히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글 쓰는 일 자체가 행복하고 즐겁다. 그런 내가 기특하다. 내게 ‘텍스트 힙’은 바로 이런 거다.
나는
강원도 홍천군에서 태어나 지방 소도시를 거쳐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사람. 어린이를 만나고, 글을 쓰고, 영화 만드는 일을 한다. 최근 영화 〈모든 가족은 퀴어하다〉를 연출했다.
이 책과의 첫 인연
어느 책방에서 우연히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집어 들었다가 마음에 진하게 남을 것 같은 시에 반해 지금까지 옆에 두고 읽는 중이다.
이 문장을 꼽은 이유
내 삶과 작업 속도가 너무 더딘 건 아닌지, 잘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다 시무룩해질 때가 있다. ‘맛난 밥을 먹고 좋은 글을 보고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 겨우 이건가?’ 하고 실망하며 멜랑콜리한 기분에 빠질 때 이 구절을 읽으며 위로받곤 했다. 담담하게 한때를 보낼 수 있는 시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
많은 작가를 사랑하지만 최상희 작가를 꼽고 싶다. 최상희 작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사랑과 연대에 관한 아름답고 슬픈 소설을 쓴다. 그분의 포토 에세이도 좋아한다. 필름카메라로 담아낸 마음 한구석이 아릿한 사진과 그에 어울리는 담담한 글이 좋다.
당신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
이 한 몸뚱이로 다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책을 통해 만끽한다. 끝없이 넓은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나는
단편집 〈빛을 걷으면 빛〉, 경장편집 〈두고 온 여름〉을 냈다.
이 책과 첫 인연
고등학교 2학년 때 루쉰의 〈아Q정전〉을 처음 읽었다. 시대를 치열하게 통찰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의 작품관에 크게 고무됐다. 이후 매해 들춰본다.
이 문장을 꼽은 이유
사람들은 가끔 ‘이상(理想)’을 ‘이상(異常)’으로 오인한다.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을 기인 내지 광인으로 내몰며. 하지만 그 속에서도 꾸준히 이상을 추구하고, 미래를 향해 꿋꿋이 발을 내딛는 이들이 있다. 루쉰의 소설은 노골적이지 않게 그들을 이야기한다. 혐오와 불신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도 다정을 행하고, 이타심을 지키는 사람. 루쉰이 구하고 싶은 ‘아이’는 그들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때 이 문장을 되새기곤 하는데, 그럼 마음이 다시 단단해진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
이청준. 작품 속에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사회에 대한 고뇌도, 인물을 탐구하고 밀도 있게 담아내는 힘도, 부끄러움과 죄의식에 관한 고찰도 경모한다.
당신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
우리는 문학작품을 통해 함부로 판단하고 오인할 수 있는 타인의 상황과 처지를 깊숙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사람의 깊고 넓은 세계를 깨닫고 공감하고 입체적인 인간을 사려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 문학의 본질이다. 쓰기를 넘어 읽기라는 독자와 작가의 연대를 거쳐야 비로소 문학은 완성된다. 그 찬찬하고 신중한 과정이 좋다.
나는
살살답게, 살살 살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창작자. 유튜브 〈버섯책방〉을 운영 중이다.
이 책과의 인연
황정은의 〈파씨의 입문〉을 읽고 소설가의 꿈이 시작됐다. 이후 만난 〈디디의 우산〉은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불안에서 소설가의 꿈을 포기할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다. 소설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기억하게 하고 나도 한 번쯤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나를 문학 근처로 데려온 소중한 책이다.
이 문장을 꼽은 이유
문장에서 주목할 단어는 ‘아름다움’ ‘사랑’이다. 현실에 파다하게 존재해야 할 두 단어가 어쩌다 낭만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됐을까.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힘들 때, 사랑을 느끼고 싶을 때 이 문장을 자주 떠올린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
황정은. 한국어로 쓰인 소설가의 글을 좋아한다. 최진영, 김멜라, 권여선. 존재 자체가 감사한 작가들이다.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
내 불안이나 우울을 급속도로 잠재우는 유일한 치유제이며, 내 존재의 한심함을 잠깐 잊게 하는 마법의 약물이자 괴로움을 피하는 도피처다.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어김없이 책 근처로 도망친다.
나는
배우 채원빈. 최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 출연했다.
이 책과의 첫 인연
서점에서 유난히 눈에 밟히던 책.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데려왔지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마다 읽기를 멈출 수 없어 스케줄 내내 동행한 고마운 책이다. 완독하고 한동안 멍때렸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 문장을 꼽은 이유
내게 〈구의 증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하나만 고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중 “터무니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 믿음은 아주 유용하다. 말도 안 돼,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일에야 믿음이란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믿으라, 그러면 말이 된다”는 가족애와 믿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번 작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서사와 맞닿아 있는 문장 같아서 더욱 마음이 간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
이 책을 존재하게 해준 최진영 작가를 결국 가장 좋아하게 됐다.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
종이 책이 여전히 좋다. 한 장 한 장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 그렇게 왼손에 잡힌 무게감으로 내가 이 이야기를 얼마만큼 알아왔는지 직접 알 수 있는 건 종이 책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