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핑크부터 파스텔 핑크까지, 마음마저 포근해지는 핑크 스킨케어 제품이 쏟아진다. 과거엔 적색 202호, 227호처럼 인체에 좋지 않은 인공 색소를 과하게 써 적발되는 화장품도 있었지만 기술 발전과 자연주의 바람 덕에 이젠 피부에도 좋은 자연 유래 핑크가 대세. 가장 인기인 건 성분명 ‘사이아노코발아민’, 비타민 B12다. 쨍한 핑크색 항산화 성분이며 국내에서도 2014년 아토피 피부염 가려움 완화 효능이 입증됐을 만큼 진정 효과가 좋은 데다 안전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바르는 의약품에 먼저 쓰인 칼라민은 파스텔 핑크 천연 광물질이다. 여드름, 벌레 물린 데 등이 빨리 가라앉고 습해지지 않게 해준다. 마른 후 핑크색 가루가 피부에 남아 화장품으론 국소 부위에 바르는 에센스 또는 진정 마스크에 주로 쓰인다. 장미, 히비스커스, 홍화, 오미자, 로즈 힙, 자초, 당아욱, 홍차 등도 붉은빛이라핑크색을 만드는 데 쓰이는 스킨케어 효과도 좋은 식물 원료다.
레티놀, 레티틸팔미테이트, 레티날까지 주름 개선, 피부 탄력 강화에 효과적인 비타민 A 종류는 노란색이다. 함량이 많을수록 진노랑에 가깝지만 다른 노란 색소를 더해 그렇게 보이는 제품도 있으니 색만으로 속단은 금물. 자연스레 레몬, 오렌지가 떠오르는 순수 비타민 C는 가루 상태가 흰색, 오히려 산화돼 제 기능을 잃을수록 급격히 노랗게 변하니 그런 화장품은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다른 노란 비타민 B2, E를 첨가해 시너지 효과를 유도한 제품도 있다. 강황, 치자, 황벽나무 껍질, 황금 등 여러 전통 약재, 염료 식물 추출물이 노랑을 띠며 항산화, 항염, 보습, 미백, 탄력 강화 작용 등을 한다. 고대부터 서양에서 약초로 쓰인 금잔화 추출물은 진정 효과가 탁월하고, 비타민 C, E가 풍부해 ‘비타민 나무’라 불리는 산자나무(sea buckthorn) 열매 추출물와 당근 추출물은 일찍 항노화 효과가 밝혀져 슬로 에이징 콘셉트 화장품에 널리 쓰인다.
‘자연’ 하면 떠오르는 초록색 원료 중엔 실제로 피부 정화 작용을 하는 성분이 많다. 녹차, 어성초, 쑥, 로즈마리 같은 잎의 엽록소 색인데 강한 항산화력으로 지성, 여드름 피부에 어느 정도 항염, 항균 기능까지 한다. 흔히 님(neem)이라 부르는 인도 멀구슬나무 잎 추출물은 진초록 색소인 동시에 식물 방제제로 쓰일 만큼 활성이 강하다. 클로렐라 추출물, 바질잎 추출물 역시 색감과 항산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원료. 국내 생산량도 많은 벤토나이트는 백악기 화산재가 변한 초록색 암석이다. 마그네슘, 게르마늄, 규소 등 피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원소들로 구성됐고 입자가 극히 미세해 피부에 부드러우면서도 흡착력이 좋다. 고양이 모래로 유명하지만 화장품에선 주로 피지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진흙 마스크 기능을 한다.
아줄렌은 캐모마일 1kg에서 2~3g만 나오는 에센셜 오일이자 색소로, 선명한 진한 파랑부터 보라 빛을 띤다. 소량으로도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장벽을 강화하는 효과가 뛰어나 의약품에도 쓰인다. 구아이아줄렌, 캠아줄렌, 소듐구아이아줄렌설포네이트처럼 여러 형태가 있지만 성질과 색은 흡사하다. 역시 새파란 카퍼트라이펩타이드-1은 인체에도 존재하는 구리와 펩타이드가 결합된 물질, 피부 콜라겐, 엘라스틴 합성 촉진과 분해 저해, 장벽 강화 외 의료 부문에서도 상처 재생 등 효과가 계속 밝혀지는 중이다. 블루베리, 수레국화, 나비콩 꽃, 가지 등의 파란 색소이자 항산화제 안토시아닌은 산성에선 핑크, 알칼리에선 파랑으로 바뀌어 역시 다양하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