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만난 린드버그와 금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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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중국 최대 아트 페어인 ‘웨스트 번드(West Bund)’에 참여 중인 린드버그. 올해는 비디오와 조각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금민정 작가와 함께했다. 린드버그에서 사용하는 티타늄과 오크나무를 활용해 완성한 작품에는 제주의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금민정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비디오 조각’ 작업의 시작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지만 학부 시절부터 컴퓨터와 영상 매체에 관심이 많았다. 전통 조각의 틀을 깨고 싶어 생동감 있는 조각 작품을 고민했고, 동적인 매체를 찾다가 자연스럽게 비디오를 활용하게 됐다. 조각과 비디오가 함께 어우러질 때 영상이 주는 시간의 특징과 조각의 고요한 감성을 동시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소와 거리가 먼 미디어아트를 접목하게 된 계기는
컴퓨터를 다루는 데 능숙했고, 자연스럽게 시대 흐름에 맞춰 미디어를 접하게 됐다. 첫 개인전을 미디어아트로 선보였다.

작업 방식은 어떤가
작품마다 조금씩 순서는 다르지만, 특정한 장소에 관심이 생기면 그곳에 찾아가 장소가 가진 특성과 환경을 면밀히 조사한 후에 촬영한다. 그리고 그 장소에 담긴 기억을 되짚거나 이야기를 구상해 이에 어울리는 설치미술이나 조각 작품을 만들어 영상과 결합한다. 하드웨어는 나무, 돌, 철, 콘크리트 등이다. 이때 조각의 구조를 염두에 둬야 영상과 완벽하게 맞물린다.

작업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창작자 입장에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소통과 전달, 작품의 마무리다. 작업마다 조금 다르지만 작품에 담긴 뜻이 잘 전달되기를 희망하며 작업을 구상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나무를 주재료로 자주 사용한다
나무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10여 년 전 촬영 장소에서 발견한 인상 깊은 나무 때문이다. 작품에 그 장소의 의미를 담기 위해 나무를 촬영했다. 그 작업을 통해 처음으로 원목을 썼다. 그 이후 나무는 비디오와 결합하는 주재료가 됐다. 비디오 작업은 겉보기에는 굉장히 차가운 요소인데, 나무와 결합했을 때 따뜻하고 색다른 느낌의 작업으로 발전한다. 최근에는 재료의 특성이 비디오 서사를 따뜻하게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결국 작업 내용과 작가의 감성이 작업의 온도를 결정한다.

금민정 장소를 주제로 조각에 영상 작업을 결합한 ‘비디오 조각’이라는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금민정 장소를 주제로 조각에 영상 작업을 결합한 ‘비디오 조각’이라는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린드버그와의 협업은 어땠나
시작부터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린드버그의 디자인 유래와 철학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브랜드의 장인 정신과 작가의 창조 영역과 닿아 있다는 걸 알았다. 예술에 대한 가치를 아는 브랜드여서 작업 과정도 즐거웠다.

린드버그에서 제공한 소재는 어떻게 활용했나
린드버그 안경의 주재료가 되는 오크나무와 티타늄은 덴마크 본사에서 공수했다. 티타늄은 특별히 색까지 고를 수 있었는데, 나무와 잘 어우러지는 짙은 그레이를 선택했다. 나무판 위에 커팅한 티타늄을 올렸고, 오크나무는 소나무 등 기존에 사용하는 나무와 섞어 조화롭게 배치했다.

이번 웨스트 번드 아트 페어에 출품한 작품 ‘마음의 눈’ ‘호의’ ‘희망’이 궁금하다. 긍정적인 제목에서부터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작품 제목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명제들이다. 이 작업을 시작할 때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영상으로 옮겨오는 데 관심이 있었다. 사람들이 특정한 풍경을 만났을 때 느끼는 기분은 그 사람이 현재 가진 감정 상태와 관계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제주 풍경을 만났을 때 느낀 감정에 맞게 만든 작품이다. 한라산 근처의 숲, 함덕 해변의 풍경 등 제주에서 본 자연에 감정을 담았다.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제주에 머물며 작업했는데, 그때 자연이 주는 긍정적인 힘을 알았다. 그 숭고한 힘이 아름답다고 느꼈고, 그런 강점이 이번 작업으로 연결됐다.

미디어와 조각, 그 다음에 새롭게 결합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앞으로 하고 싶은 관심 장소는 가상의 자연이다. 실존하지 않는 자연을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해 그곳에 특정 이야기를 담고 싶다. 미디어와 조각 작품을 결합하는 데만 1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미디어의 프레임은 계속 발전 중이다. 그러니 작업 역시 도전의 연속이다. 시대에 맞춰 형식과 내용도 달라질 것이고. 현재의 결합 영역에는 끝이 없을 듯하다.

궁극적으로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개인의 이야기와 서사가 뭉쳐 사회를 이루고, 이 세계를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지는 감성과 고유한 이야기, 그에 필요한 감성적 치유 등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다. 작품을 보는 이들의 시간에 치유와 에너지가 함께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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