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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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럭 by 젠 아르스노
설탕과 방부제, 인공 향료가 첨가되지 않은 매콤 달콤한 고추장.

설탕과 방부제, 인공 향료가 첨가되지 않은 매콤 달콤한 고추장.

한국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식품은 부족하다고 여긴 한국계 미국인 젠 아르스노(Jen Arsenault). 그녀는 한국에 있는 가족이 보내온 ‘장’의 맛을 미국에 전하고자 ‘포틀럭(Portluck)’을 론칭했다.

보자기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패키지는 고추장과 쌈장이 담겨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입니다
한국인 어머니 덕분에 매일 한식을 먹으며 자라서 한국 고유의 맛을 구별하는 감각을 키울 수 있었어요. 미국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 식료품은 제 입맛에 조금씩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에 한국 제조업체와 협력해 최고 품질의 식재료로 한국의 맛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디자인 또한 전통 요소와 현대 감각을 조화롭게 접목했어요. 브랜드의 뿌리인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미국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에는 한국 식재료를 판매하는 대형 마트와 다양한 수입 제품이 많습니다. 한식 식료품 사업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인가요
미국의 한국 음식 산업은 다소 정체돼 있어요. 대기업들이 지난 50년간 변하지 않은 포장이나 제조법을 고수해 한국 식품의 품질에 맞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었죠. 오늘날 소비자들이 원하는 한식의 맛과 품질을 대변하는 필수 식재료 라인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포틀럭은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한국 전통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실용적인 용도를 추구한다.

포틀럭은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한국 전통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실용적인 용도를 추구한다.

한국 식재료 중 특별히 고추장과 쌈장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 재료 공수와 제품 생산을 한국에서 직접 진행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진정성을 중시해요.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정확하게 반영한 제품을 원하기 때문에 한국 음식에 접근할 때 핵심 재료 중 하나인 ‘장’에서 시작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재료는 반드시 한국에서 들여와야 하고요. 전통 방식을 이해하고 경험 있는 한국 제조업체와 함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었어요.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레서피를 수정하는 대신 전통 맛을 고수했어요. 한국식 고추장이 매울 수도 있을 텐데,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부 미국인은 매운맛을 전혀 못 견뎌 하죠. 반면에 호기심을 가지는 이도 많아요. 처음에는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 사는 젊은 소비자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중부 지역 고객이 많습니다. 바비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한국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죠.

오나미 by 알렉산더 김 보이스
1개월 동안 숙성해서 만든 고추장.

1개월 동안 숙성해서 만든 고추장.

“김치 없는 한국 식탁은 상상할 수 없어요.” 할머니의 김치 레서피에 자신의 개성을 더한 다양한 소스를 선보이는 ‘오나미(Oh Na Mi)’. 한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김 보이스(Alexander Kim Boyce)가 탄생시킨 한국의 맛은 네덜란드와 유럽 전역에 새로운 미식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화가의 꿈을 안고 암스테르담에 정착한 후 생계를 위해 오랫동안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했어요. 지금은 대형 식품 생산업체, 케이터링 업체와 협력해 한국의 맛을 유럽 요리에 접목하는 셰프로 활동 중입니다. 이런 경험이 ‘오나미’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10년 전 셰프로 일할 당시 몰래 배추를 주문하고 주방 식료품 저장실에서 마늘과 양파, 생강을 한 움큼씩 꺼내 소량의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어요. 김치가 잘 익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전화했죠. 한번은 김치를 만들어 총괄 셰프에게 굴을 얹어 먹으면 맛있다고 제안했더니 예상과 달리 곧장 메뉴에 올리자는 거예요. 정말 기뻤죠. 그 순간 유럽에서 김치를 굴에 얹는 레스토랑이 몇 군데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나미의 여정이 시작됐어요.

오나미를 다듬고 확장하며 김치의 정통성과 개성을 결합하는 데 전념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 담긴 개인 이야기가 궁금해요
저는 김치가 너무 매워 양념을 씻어 먹곤 했어요. 그리고 열무김치의 짭짤한 맛과 잎의 쫄깃함, 무의 아삭한 맛에 매료됐죠. 하루는 미국인 아버지가 퇴근 후 김치를 얹어 핫도그를 만드는 모습을 봤어요. 1980년대였으니 아마도 아버지가 최초로 김치 핫도그를 만든 분일 거예요. 이런 기억이 저에게 큰 영감이 됐어요.

오나미를 론칭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네덜란드의 유명한 속담 중에 “농부가 모르는 건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이렇게 보수적인 접근방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성공을 거둔 건 놀라운 일이죠. 처음 한국의 김치와 발효 장류를 접한 유럽 소비자들의 반응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김치를 맛보고 당황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신기해하며 곧바로 사랑에 빠지는 이들도 있었어요.

‘김치 케첩’ ‘미역 참깨 간장’ 등 한국인도 궁금할 법한 소스들은 어떻게 개발했나요
한식의 고유한 맛이 워낙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약간의 상상력만 더해도 새로운 소스를 개발할 수 있어요. 유러피언 고객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부 현지인에겐 한국 김치가 낯설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한국인 친구에게 먼저 제품을 테스트하고 그들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해요.

김치의 풍미를 크리미하게 즐길 수 있는 김치 마요.

김치의 풍미를 크리미하게 즐길 수 있는 김치 마요.

오나미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단연 김치요. 햄버거, 샐러드, 토스트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쉽게 조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김치장’ 소스는 튀긴 스낵과 함께 먹어요. 흥미로운 점은 많은 사람이 이 소스를 요리 소스로 사용한다는 거예요. 한 고객은 이 소스를 ‘한국식’ 소스로 생각하고 모든 한식 요리에 이 장을 사용해요.

‘한국의 맛을 공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오나미가 유럽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오나미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한식을 완벽하게 요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이 소스들은 전 세계 전통 음식들과 잘 맞아요. 이를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나미가 현지 음식 문화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상상하면 정말 즐거워요!

참참 by 김보라
기존 한국 전통 소스들의 브랜딩과 달리 현지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패키지와 로고를 디자인했다. 로고 호랑이 ‘챔프’는 한반도 모양을 상징한다.

기존 한국 전통 소스들의 브랜딩과 달리 현지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패키지와 로고를 디자인했다. 로고 호랑이 ‘챔프’는 한반도 모양을 상징한다.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아내를 위해 셰프인 남편이 만든 한국의 장 트리오가 이제는 호주 전역 약 120개 슈퍼마켓과 카페, 레스토랑, 바비큐 전문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16년 전 멜버른으로 이민한 김보라 부부가 설립한 ‘참참(ChamCham)’은 한국 전통 풍미를 재해석해 ‘진짜 맛으로 가득 찬’ 소스로 호주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참참’의 시작은 한 엄마의 좌절에서 비롯됐다고요
호주 생활 중 임신하면서 입맛이 변해 한식만 찾았는데, 팬데믹 동안 한식 요리를 맛있게 하는 일이 너무 어려웠어요. 마트에서 산 한국 소스는 화학 가루로 맛을 낸 제품이라 한국 정통 맛을 재현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셰프인 남편에게 쌈장과 고추장, 간장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죠. 남편은 예전에 저희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손님들로부터 ‘소스 마스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맛있는 장 소스를 만들어냈어요. 이 소스를 통해 사람들이 집에서도 손쉽게 레스토랑 수준의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에게 판매를 제안했죠.

소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을 염두에 뒀나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저희 입맛에 맞는 소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소스의 특성상 맛의 밸런스가 매우 민감해 적합한 레서피를 찾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본적인 맛은 크게 바꾸지 않았지만 쌈장은 고추를 많이 넣어 매운맛을 강조했고, 고추장은 닭강정·떡꼬치 소스처럼 스위트 칠리 맛에 스모키한 맛을 추가했어요. 간장은 로컬 시장에 맞게 글루텐 프리로 만들었고요. 현재도 고객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있어요.

참참 소스를 경험한 호주인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로컬 소비자들은 참참 소스가 맛은 물론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해요. 피드백 중 가장 놀라웠던 활용법은 ‘그린 칠리 쌈장’을 빵과 스크램블드에그와 함께 즐기는 것이에요. 실제로 많은 카페에서 스크램블드에그 메뉴에 저희 쌈장을 제공하고 있어요. 한 카페에서는 쌈장을 이용해 푸가스 빵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해요. ‘스모키 고추장’은 치킨 버거·립·두부 요리에 사용되고, ‘허니 페퍼 간장’은 스테이크 소스와 포크벨리 요리에 활용되고 있어요.

최근 로컬 핫 소스 브랜드 ‘매츠 핫 숍(Mat’s Hot Shop)’과 협업했어요
한국 배 맛을 활용한 ‘핫 배(Hot Bae)’ 소스예요.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이 소스로 ‘뉴욕 핫 소스 엑스포’ 아시안 카테고리에서 2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답니다.

발효된 된장과 비밀 양념의 조합에 청양고추의 톡 쏘는 맛을 더한 ‘그린 칠리 쌈장’.

발효된 된장과 비밀 양념의 조합에 청양고추의 톡 쏘는 맛을 더한 ‘그린 칠리 쌈장’.

16년 동안 멜버른에 거주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현지인의 인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직접 경험해 봤어요
한국 대중문화, 특히 K팝과 드라마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아 한식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형성돼 있었지만, 제품 개발 당시에는 멜버른에서 고기 뷔페와 치킨, 술집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어서 한국 음식이 고급 요리로 여겨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 한식 셰프들이 멋진 요리를 선보이며 인식이 크게 달라져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호주 소비자들이 한국 소스에 대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매운가요?”예요. 하지만 참참 소스를 맛본 후에는 매운맛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맛의 조화를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한식이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나요
K푸드는 독특한 매력과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어 어느 나라에서든 인기 요리가 될 거예요. 그 속에서 ‘참참’은 한국 소스와 외국 음식을 조화롭게 결합해 새로운 음식 장르를 만들어 한국을 알릴 것입니다.

봄봄 by 홍세지
아침 식사부터 야식까지 한국인의 일상 식탁을 담아낸 쿡 북.

아침 식사부터 야식까지 한국인의 일상 식탁을 담아낸 쿡 북.

한국 전통 장에 담긴 깊은 맛과 문화를 오감으로 풀어내며 런더너와 소통하고 있는 ‘봄봄(Bombom)’의 홍세지. 대학에서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그녀는 영국에서 음식이라는 또 다른 소통방식으로 문화 장벽을 허물고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봄봄은 푸드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영국 ‘Great Taste Award’에서 2년 연속 수상과 ‘Specialty Fine Food Fair’에서 2024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여정의 첫걸음이 궁금해요
봄봄의 소스들은 제가 런던의 다양한 팝업 레스토랑과 서퍼 클럽(Supper Club)에서 선보인 메뉴를 바탕으로 탄생했어요. 서퍼 클럽은 윔블던에 있는 저희 집 거실에서 시작된 일종의 ‘테스트 키친’이에요. 영국에는 셰프가 자신의 집이나 프라이빗 공간에서 소수의 게스트를 초대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다이닝 문화가 있는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브랜드가 형성되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죠. 이곳에서 요리하면서 받은 게스트들의 피드백 덕분에 소스의 상품화에 확신을 가졌어요.

대부분의 런더너에게 한국의 전통 장이 생소할 텐데,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나요
한식 문화를 대표하는 주요 요소인 장류가 한국을 넘어 다른 문화권에서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한류 열풍에 편승하기보다 장의 고유한 매력을 진정성 있게 알리고 싶었어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상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테이블 소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통의 깊은 맛은 유지하되, 현지인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봄봄’은 고추장, 쌈장, 김치 마요 같은 메인 소스 라인과 비빔밥 밀키트, 쌀, 참기름으로 구성된 서브 제품을 선보인다. 곧 바비큐 소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봄봄’은 고추장, 쌈장, 김치 마요 같은 메인 소스 라인과 비빔밥 밀키트, 쌀, 참기름으로 구성된 서브 제품을 선보인다. 곧 바비큐 소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유럽 시장에서 한식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어요. 런던에서 꾸준히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신념에서 비롯됐을까요
영국 소비자들은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중시합니다. 모든 제품을 100% 비건, 천연 재료, 무첨가물 원칙에 따라 제작해요. 친환경 생산 과정과 포장재 사용도 이런 가치의 일환이죠. 이는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기반이 돼요. 덕분에 론칭 초기부터 ‘홀푸드 마켓’에 입점해 영국 프리미엄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맛을 넘어 봄봄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영국 소비자들의 미각을 사로잡은 비결은
런던에서도 매운맛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한국 음식이 가진 강렬한 개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고추장은 매운맛과 짠맛을 줄여 비교적 부드럽게 만들고, 다양한 요리에 접목할 수 있는 만능 소스로 개발했어요. ‘김치 마요’는 부드러움 속에 매콤함을 담아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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