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랑 감독이 건네는 뻔하지 않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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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니트 베스트 톱과 스커트는 모두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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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는 딸 ‘그린(임세미)’과 딸의 동성 연인 ‘레인(하윤경)’과 함께 살게 된 엄마(오민애), 세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며 나아가는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딸을 이해하기 위한 엄마의 묵묵한 노력이 돋보이는데
김혜진 작가의 원작 소설 〈딸에 대하여〉는 혼자 궁핍하게 늙어가는 삶에 대한 정서를 묘사한 소설로 남편 없고, 딸도 동성 연인과 함께하기에 가족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 느끼는 엄마의 불안과 외로움이 독백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편 영화 〈딸에 대하여〉에서 엄마는 내내 말이 없다. 관객은 아무런 대사나 설명 없이도 장면과 인물의 표정에서 그 정서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요양보호사인 엄마는 ‘제희(허진)’를 헌신적으로 돌본다. 젊은 날 해외에서 공부하며 한국계 입양아들을 지원하고 한국에선 이주 노동자를 위해 일했지만 나이가 들고 치매 때문에 요양원 내 골칫덩이가 된 인물이다
엄마는 고독하고 대접받지 못한 채 늙어가는 제희를 보며 자신의 가까운 미래 혹은 딸의 먼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가족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딸과 자신의 처지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제희에게 많이 투영한 것 같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배우들의 호흡은 어땠나
예산이 적었지만 배우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으려 했다. 배우 자체가 미장센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 욕심 좀 부렸다(웃음). 허진, 오민애, 임세미, 하윤경 배우 모두 실존 인물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건 당연하고, 조연과 단역도 정말 탄탄한 분들이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9월 4일 개봉 예정인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 세상의 부조리에 앞장서고 동성 연인과 7년째 연애중인 딸과 그의 동성 연인을 마주한 엄마의 심정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다.

9월 4일 개봉 예정인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 세상의 부조리에 앞장서고 동성 연인과 7년째 연애중인 딸과 그의 동성 연인을 마주한 엄마의 심정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다.

영화 후반부에 엄마, 그린, 레인, 제희가 한 집에서 북적거리며 생활하는 장면이 잠깐 등장한다. 네 여자가 끈끈한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 영화를 보며 ‘대안 가족’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그린과 엄마 외에는 혈족이 없기 때문에 대안 가족보다 공동체 의미가 더 맞닿아 있다. 그 장면에 외로운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욕심을 담았다. 나는 보수적인 가족주의 집안에서 자라 대학생 때 서울로 상경해 영화 현장과 수많은 단체를 접하면서 나와 동일 세대의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나를 비롯해 내가 일하며 만난 1980년대생 여성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을 키우며 독립적으로 지내면서 친구 또는 남자친구와 가끔 함께 어우러진 삶을 추구하더라. 이런 삶이 만연한 모습을 보며 이제는 더 이상 가족이라 부를 수 없는 집단, 공동체 감각이 커졌음을 체감했다. 제도적으로 묶이지 않고도 타인과 화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나지 않을까?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엄마는 요양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제희를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제희가 속했던 재단의 사무장을 찾아간다. 사무장에게 제희의 상황에 대해 말하자 사무장은 협조는커녕 엄마를 의심하는 반응을 보이고, 즉시 엄마가 국수를 먹는 모습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엄마의 허탈한 마음이 ‘후루룩’ 하고 국수를 들이키는 장면에 모두 담겼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다채로운 촬영현장을 경험하며 깨달은 것은
촬영현장이나 영화제의 단편영화 부문에 여성감독이 많다. 하지만 현장에 많았던 여성 스태프들과 감독을 꿈꾸던 여성들은 거대 자본의 장편영화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 과감히 밀어붙일 줄 알고 기세등등한 여성감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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