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디즈니의 고전 영화 실사화의 중심에는 ‘정치적 올바름’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백인 배우들이 맡았던 공주 캐릭터에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인어공주〉는 흑인 할리 베일리가, 〈백설공주〉는 라틴계 레이첼 지글러가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격렬하게 갑론을박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먼저 이 같은 시도의 성과 중 하나는 백인 이외의 인종도 공주가 될 수 있다는 걸 지금의 아이들에게 알려줬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미 인종적 특징이 분명한 고전 속 캐릭터에 단순히 피부 색깔 반전을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도 나와요. ‘디즈니 공주’의 전형적 이미지에 다양성을 주는 근본적 방법은 더 새로운 공주 캐릭터를 만드는 것일 테니 말이죠.
똑같은 내용의 싸움이 할리 베일리가 디즈니 첫 흑인 인어공주를 연기하기로 한 시점부터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무려 4년 간입니다. 그렇게 지난해 5월 전 세계에 공개된 〈인어공주〉는 혹평 속에 퇴장했습니다. 피부색 논란을 떠나, 더욱 신경 써야 마땅할 영화의 완성도 자체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실사판 〈백설공주〉에 쏠리는 관심도 큽니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걸 피하려면 우선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인어공주〉를 통해 입증됐으니까요.
그리고 〈백설공주〉 실사 영화가 2025년 3월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최근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도 나왔는데요. 먼저 영상에는 신비로운 숲 속과 일곱 난쟁이의 오두막집을 배경으로 한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의 한때가 담겼습니다.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고 말하는 마녀(갤 가돗)의 대사가 긴장감을 끌어올려요.
하지만 티저 예고편에는 원작 속 백설공주의 목숨을 구한 왕자 추정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앞서 실사판 〈백설공주〉의 내용은 공주가 왕자의 조력으로 구원받는 내용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죠. 주인공을 연기한 레이첼 지글러도 “(새로운) 백설공주는 진정한 사랑을 꿈꾸지 않는 대신 리더가 되기를 꿈꾼다”라고 말했고요. 이로 미루어 보아 영화에선 꽤 많은 부분의 내용 반전이 있을 것 같아요.
일곱 난쟁이 캐릭터도 여러 논란을 겪었습니다. 〈백설공주〉 실사화 공식 발표 후, 선천적 왜소증을 앓고 있는 배우 피터 딘클리지가 “일곱 난쟁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시대 역행적”이라고 비판했죠. 디즈니도 이를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였어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포착된 촬영 현장 사진 속 난쟁이들은 인종과 성별, 신장 등이 전부 달랐습니다. 일각에서는 ‘어지간히 하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고요. 결국 최종적으로 난쟁이들은 CGI를 사용했습니다. 개봉일이 1년이나 미뤄진 것도 이처럼 사방에서 쏟아지는 호불호 피드백을 반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디즈니의 두 번째 시도, 〈백설공주〉는 어떤 성적과 평가를 받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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