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시계를 만드는 일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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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

샤넬의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

2013년부터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디자인이다
샤넬은 무엇보다 창작이 브랜드의 중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디자인 부서에서 시작된다. 나는 제작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매뉴팩처, 기술 부서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종종 시계를 만들다 현실적인 기술과 멀어질 때가 있는데, 꿈과 현실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도전에 우리 매뉴팩처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뮤직 박스와 시계, 오토마톤을 담아낸 ‘뮤지컬 클락 꾸뛰르 워크샵’.

뮤직 박스와 시계, 오토마톤을 담아낸 ‘뮤지컬 클락 꾸뛰르 워크샵’.

컬렉션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항상 같은 과정을 거치진 않는다. 이번 전시에는 시계에 대한 내 비전을 다양하게 해석했다. 좀 더 주얼리적 접근을 취할 때도 있고, 워치에 가깝게 접근하기도 한다. 모든 방식이 흥미롭지만 지나치게 체계적인 창작 방식은 거부한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겐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가장 상징적인 피스는
어려운 질문이다. 올해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을 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 다른 창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쿠튀르 어클락, 리옹 컬렉션 등 굵직한 컬렉션도 있고, 투르비용도 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선 모두 다른 이야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샤넬 여사의 피규어 참이 달려 있는 ‘프리미에르 참 꾸뛰르 워치’

샤넬 여사의 피규어 참이 달려 있는 ‘프리미에르 참 꾸뛰르 워치’

그렇다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은
공이 들어갔다는 게 복잡하게 완성했다는 의미라면 단연 오토마통이다. 내게는 가브리엘 샤넬을 작은 영화 속 한 다이얼에 넣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 워치는 정말 복잡했다. 뮤직 박스도 그랬다. 흥미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아름다운 모험이기도 했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공방 루즈(Rouge)와 그 노하우를 접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진 뮤직 박스에 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기계장치로 음악을 만드는 법, 움직이게 하는 노하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워치를 보고 있으면 안무가가 된 기분이다. 이건 춤이고, 우리가 원하는 춤을 추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시계 속에 상상력이 가득하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는 음악에 관한 것이다. 뮤직 박스 속 마네킹들이 춤추기 위해 파리 근교 팡탕(Pantin) 패트리모니에 전화를 걸어 샤넬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노래가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샤넬 여사가 공방에서 일할 때 부르던 노래가 있다고 그녀의 조카에게 들었다는 거다. 정말 멋졌다. 그래서 마네킹의 움직임으로 공방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가브리엘 샤넬이 공방에서 부르던 노래라니 금상첨화 아닌가.

르비용 케이지 위에 솔리테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J12 다이아몬드 투르비용 칼리버 5 워치’.

르비용 케이지 위에 솔리테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J12 다이아몬드 투르비용 칼리버 5 워치’.

J12 다이아몬드 투르비용 칼리버 5 워치의 투르비용 위엔 다이아몬드를 올렸다
오직 심미적인 이유에서다.

괜찮은가
다른 브랜드에선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투르비용 가운데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올리고 싶다고 워치메이킹 팀에 말했더니, 진심이냐고 되묻더라. 물론 진심이라고 했다. 매뉴팩처 팀은 결국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이런 도전에는 항상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나는 미학적인 부분을 우선시하지만, 워치메이킹 팀은 다른 각도로 생각한다. 워치메이킹의 모든 클래식 코드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샤넬에서 일하면 클래식 음악이 아닌 현대음악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멋진 팀이라 가능했다.

투명한 모습을 강조한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엑스레이 핑크 에디션 워치’

투명한 모습을 강조한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엑스레이 핑크 에디션 워치’

남성 전용 시계 무슈 드 샤넬 슈퍼 레제라 에디션을 선보였다. 샤넬이 남성 시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지 궁금하다
무슈 워치의 경우, 이에 얽힌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샤넬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전임 사장이 내게 비밀을 털어놓았다. 샤넬이 인하우스 무브먼트,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개발하길 원한다는 거다. 나는 놀랐지만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지, 칼리버 1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여성용인지, 남성용인지 고민하다가 내가 남성 워치를 원한다는 걸 깨달았다.

샤넬 여사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55개 한정판 ‘마드모아젤 J12 꾸뛰르 워치’

샤넬 여사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55개 한정판 ‘마드모아젤 J12 꾸뛰르 워치’

샤넬은 강력한 여성 브랜드다
그렇다. 하지만 샤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가브리엘 샤넬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 때, 여러 남성에게서 많은 미학적 디테일과 철학을 빌려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여성 브랜드에서 일해도 때로는 남성 코트를 입는다는 게 흥미로운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남성에게 샤넬의 첫 인하우스 칼리버를 선사한다는 건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슈 워치를 만들었다.

샤넬의 쿠튀르 코드가 담긴 워치.

샤넬의 쿠튀르 코드가 담긴 워치.

샤넬의 시계는 무엇이 다를까
앞에서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듯이 내 비전 속의 샤넬 워치는 때로는 가식 없는 스타일에 교훈을 주는 워치다. 이런 부분이 내게 무척 중요했다. 예를 들어, J12를 착용해 보면 J12가 매우 임팩트 있고, 단순한 미학을 지닌 시계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손목을 감싸는 입체적인 임팩트와 스타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중요성이 내 비전과 워치의 DNA, 샤넬의 워치 문화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샤넬은 최상의 품질을 고집한다. 따라서 내 비전은 샤넬 DNA에 깃든 품질, 샤넬 DNA에 깃든 독창성의 완벽한 조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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