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함과 기능으로 완성한 독일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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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도 3대장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세계 3대 소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독일 브랜드 ‘롤프벤츠(Rolf Benz)’의 이야기입니다.

기능성과 간결함. 독일 디자인은 이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형태와 기능이 군더더기 없이 잘 어우러진 ‘기능주의 미학’이야말로 독일다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죠. 롤프벤츠는 이 ‘독일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1964년 숲이 울창한 독일 남부 나골드 지역에서 설립된 롤프벤츠는 세계 최초로 코너형 소파 ‘애디폼(Addiform)’을 제작해 이름을 알렸죠.

유앤어스 롤프벤츠 쇼룸

유앤어스 롤프벤츠 쇼룸

애디폼은 모듈 소파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공간에 맞게 자유자재로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소파를 모서리에 배치하거나 암체어를 분리해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팔걸이 또는 사이드 테이블 추가가 가능하다는 점은 당시로선 무척 앞선 시도였다고 하네요.

60주년을 맞은 롤프벤츠가 서울 유앤어스에 새로운 쇼룸을 오픈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대표 디자이너 ‘벡 디자인(Beck Design)’을 만났어요. 부부인 노버트와 실리아는 1997년부터 롤프벤츠와 인연을 맺고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해 왔습니다. 독일 남부의 한적한 마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곳에 두 사람은 집과 작업실을 두고 오직 가구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노버트 벡(Norbert Beck)과 실리아 벡(Silja Beck)

노버트 벡(Norbert Beck)과 실리아 벡(Silja Beck)

‘벡 디자인’은 어떤 스튜디오인가요
두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예요. 작업실은 작은 모형부터 실제 크기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와 여건을 갖췄고, 맞은편엔 저희가 사는 공간이 있죠. 다운타운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작은 마을에 있어요. 워낙 한적한 곳이다 보니 교통체증은 없습니다(웃음). 이곳에서 오랜 기간 가구 디자인에 집중해 왔습니다. 디자이너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내구성과 지속성에 중점을 둔 ‘롱 래스팅 디자인(long lasting design)’을 지향합니다. 롤프 벤츠와는 식탁 디자인으로 함께하기 시작했고, 이후 소파로 협업의 범위를 확장해 2007년부터 소파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처음부터 가구 디자인 일을 했던 건 아니었다고요
저(노버트)는 가구 디자인 이전에 선생님이었어요. 학교에서 9년 동안 미술과 공예를 가르쳤는데,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결국 독학으로 디자인을 익혀 스튜디오를 열게 됐습니다. 실리아 역시 세 아이들을 돌보며 프리랜서 데커레이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저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새 40년이 넘었네요. 두 사람에게 가구를 만드는 일이란
우리가 하는 일을 무척 사랑해요. 단 한 번도 지루한 적 없었고 항상 새로움을 마주해 왔죠. 저희에게 가구를 만드는 일이란 새로운 해법을 찾는 일과도 같습니다. 팀이 달랑 두 명이다 보니(웃음), 한 해에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긴 어려워요. 대신 하나의 프로젝트에 보다 진득하게 몰입하는 편입니다.
60주년을 맞이해 기존 에디폼 소파를 새롭게 재해석한 '시나'

60주년을 맞이해 기존 에디폼 소파를 새롭게 재해석한 ‘시나’

롤프벤츠와의 인연은 1997년부터 시작됐죠. 긴 시간 호흡을 맞추며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해 왔어요. 고풍스럽고도 심플한 테이블 체어 ‘노아(Noa)’부터 구름처럼 편안한 착석감을 자랑하는 소파 ‘쿠모(Kumo)’, 복고풍에 독특한 스티치 디테일을 더한 소파 ‘모요(Moyo)’, 롤프벤츠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한 ‘시나(Sina)’까지. 그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모두 자식같기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 없지만, 디자인 프로세스 측면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시나’입니다. 롤프벤츠의 아이콘인 1964년 제품 애디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듈형 소파죠. 기존의 쿠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 하부에 프레임을 더하고 커피 테이블에 슬라이드 상판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했어요. 가장자리의 곡면 역시 새로운 포인트인데, 이용자를 더 포근하게 안아주어 더 높은 안락감을 선사하죠. 무엇보다 무척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50가지 모듈 구성이 가능하며, 200가지 이상의 패브릭과 80가지의 가죽 중 원하는 커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등받이나 팔걸이도 수시로 넣고 뺄 수 있죠.
직접 사용하고 있는 롤프벤츠 제품이 있나요
소파, 다이닝 체어 등 여러 가지 제품을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오(Mio)’는 12년째 무척 잘 쓰고 있는 소파입니다.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구현 가능성입니다. 머릿속에서 구상한 디자인이 실제로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희가 일일이 모형을 만드는 이유죠. 2D와 3D, 이미지와 실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모형과 실제 크기의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해요. 이 과정에서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하죠. 모형을 만드는 건 무척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아이들(모형)이 어엿한 가구로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오늘날 정말 많은 가구가 존재합니다. 무엇이 가구의 가치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나요
한 해에도 수천 가지의 제품이 쏟아지는 게 가구 시장입니다. 이 가운데 롤프벤츠와 벡 디자인만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요. 가구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단연 편안함입니다. 가구를 만든다는 건 곧 편안함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구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심어줄 수 있는 하나의 아트피스 같은 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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