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에서 출발하는 크리에이티브, 리나 보 바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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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보 바르디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모더니스트 건축가로 불리는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는 현대건축의 남성 지향적 역사에서 자신에게 걸맞은 자리를 획득한, 몇 안 되는 여성일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무(無)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리나 보 바르디에게 진정한 창조 정신이란 아무것도 백지화하지 않고, 어떤 시점부터 또 다른 시점까지 축적된 헤리티지에서 온다. 1914년 로마에서 태어난 보 바르디는 1946년 브라질로 이주해 건축과 가구, 세트 디자인, 전시 큐레이팅, 저술 등을 망라하는 경력을 쌓았다. 그녀의 작품은 근래 들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1951년 그녀의 집에서 발견된 문 손잡이, 같은 해에 나온 그릇 모양의 의자를 포함한 제품 디자인은 부활했다. 단순한 콘크리트와 유리 형태를 사용한 그녀의 작품은 모더니스트, 때로는 잔혹한 작품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대의 오스카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와 루시우 코스타(Lu′cio Costa)와는 달리 보 바르디는 현지 재료인 진흙과 짚 등 브라질 헤리티지를 즐겨 사용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공부했지만, 모더니즘과 브라질 민속을 잘 이해한 건축가였다. 리나 보 바르디는 서로 반대되는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하곤 했는데, 그녀의 작품에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건물을 볼 수 있다.

남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상파울루 열대우림 속에 지은 글라스 하우스 ‘카사 데 비드로(Casa de Vidro)’.

남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상파울루 열대우림 속에 지은 글라스 하우스 ‘카사 데 비드로(Casa de Vidro)’.

사회 주택과 다양한 민간 프로젝트 등 기본적인 공공 개념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건물과 브라질 전통 건축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상파울루 미술관(Sa~o Paulo Museum of Art)인데, 거대한 붉은 뼈대 위에 지하 공공 광장으로 실험적 전시를 위한 도시 공공공간이 된 미술관은 대형 콘크리트와 유리 건물로 완성됐다. 오래된 도시 공장에 만든 레저 센터인 SESC 폼페이(Pompe′ia)도 빠질 수 없는 대표작이다. 보 바르디는 레저 센터를 설계하며 수영이나 연극 같은 새로운 기능을 체스나 인형극까지 결합해 계층 없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2021년 보 바르디는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된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에서 평생공로상과 특별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보 바르디는 건축을 사회 조력자로 봤으며, 전쟁이나 정치적 갈등, 이민으로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건축과 글, 예술, 디자인을 통해 창의적이고 관대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일궈냈다. 한편 보 바르디는 작가이자 큐레이터, 수집가이기도 한 남편 피에트로 마리아 바르디와 함께 지내기 위해 도시 외곽의 삼림지대 위에 유리 집을 설계했다. 상파울루를 둘러싸고 있는 열대우림 속에 지은 글라스 하우스 ‘카사 데 비드로(Casa de Vidro)’는 단순한 콘크리트와 유리, 날렵한 필로티 구조를 갖춰 자연과 집이 상호작용하는 건물로 완성됐다. 보 바르디의 가구 ‘볼 체어(Bowl Chair)’는 이 집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다. 건축과 자연의 관계에 깊이 몰두한 보 바르디의 뿌리를 보여주는 카사 데 비드로는 브라질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적인 작품이 됐다. 1950년에 완공된, 리나 보 바르디의 첫 번째 건축 작업이었다.

바덴해 센터. 인근 습지대에서 채집한 갈대로 만든 지붕으로 지속 가능성은 물론, 지역 환경을 향한 존중의 의미를 담았다.

바덴해 센터. 인근 습지대에서 채집한 갈대로 만든 지붕으로 지속 가능성은 물론, 지역 환경을 향한 존중의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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