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꿈, 정의선이 100년 더”…현대차 전기차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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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다.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

13일 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영상 상영이 끝나자 장내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1968년 대한민국 자동차를 세계 시장에 선보인다는 꿈을 키운 울산공장이 이제 전동화 허브로 탈바꿈하려는 순간이다.

이날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할아버지이자 현대 창업주인 정주영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100년 기업에 대한 꿈을 나누게 됐다”며 “미래 모빌리티 영역은 아직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50년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배운 것을 나누며 함께 큰 꿈을 이뤄간 선배님들과 같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사람의 힘은 여전히 강력할 것”이라며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은 앞으로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다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전기차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신공장이다. 54만8000㎡ 부지에 약 2조원을 들여 연간 20만대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실제로 기공식이 열린 행사장 밖 부지에서는 10여대의 대형 크레인이 설치되는 등 기초 공사가 한창이었다.

생산을 본격 시작하는 2026년 1분기가 되면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해 다양한 전기차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전기차 공장이 지어지는 부지가 과거 종합 주행시험장으로 쓰였던 곳인만큼 의미가 깊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날 기공식을 맞아 자사의 브랜드 헤리티지(유산)를 소개하는 전시회도 마련했다. 기공식 행사장과 바로 연결된 전시회는 ‘꿈의 시작’, ‘꿈의 실현’, ‘우리의 꿈, 오래된 미래’라는 3가지 테마로 꾸며졌다.

‘꿈의 시작’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건 파란색의 ‘코니타’ 복원 모델이었다. 1968년 독자 기술이 없었던 현대차는 미국 포드와 조립 계약을 맺어 소형 세단 코티나를 생산·판매했다. 그러나 비포장 도로가 맞은 당시 여건 상 잦은 고장을 일으켰고 ‘섰다 하면 코티나’라는 조롱을 받는다.

이에 조립 생산자의 한계를 체감한 현대차는 국내 실정에 맞는 완성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행착오 끝에 1975년 첫 고유 모델인 포니가 탄생했다. 전시회에는 포니 복원 차량 대신 현대차가 지난 5월 공개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와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랭랩 N 비전 74이 자리했다.

‘꿈의 실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자동차 공장이라는 꿈을 실현시킨 과정을 시각화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영상을 담은 오래된 텔레비전과 함께 수출 전용부두 건설, 주행시험장 완공, 포니 엑셀 신차 발표회 등 50년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을 빼곡히 전시했다.

또 1991년 현대차가 최초로 선보인 전기차 프로토타입인 ‘쏘나타 Y2’ 차량을 전시해 내연기관부터 친환경차까지 세계 제일의 자동차를 만들게 위한 현대차 직원들의 노고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Y2 전면부에 부착된 ‘전기자동차’라고 적힌 팻말은 ‘전동화’라는 현대차의 오랜 목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전시회 하이라이트는 울산공장 직원들의 여정을 담은 ‘우리의 꿈, 오래된 미래’ 전시였다. 차곡차곡 모아둔 월급 봉투와 노랗게 바랜 사원증, 손 때 묻은 노트와 작업복은 50년 가까이 울산공장을 지켜온 직원들의 자부심을 고스란히 담은 흔적이었다.

퇴직한 선배에게 물려 받은 헤라칼(도색 작업 전 전착 오물이나 불량 실러를 제거하는 도구)과 울산 공장 과정을 직접 그리고 메모한 노트, 흑백 사진 속 직원들의 모습도 전시됐다. 전시를 안내한 한 직원은 “가공이나 보탬 없이 당시 직원들의 실생활에 그대로 가져온 현대차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까지 울산공장 문화회관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무료로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자동차 역사의 궤를 함께 한 울산공장의 역사와 미래를 시민들과 공유한다는 취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금일 기공식은 사람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라며 “사람의 힘으로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온 울산공장의 헤리티지를 이어받아 사람을 위한 혁신 모빌리티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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