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25일 서울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에서 인증중고차 미디어데이를 열고 사업 계획을 밝혔다.
(왼쪽부터) 기아 김경철 품질경영실장(상무), 김지민 국내사업전략실장(상무), 권혁호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 이종혁 국내CPO사업팁장이 EV6 인증중고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아, 중고차 시장 진출…현대차와 다른 점은 ‘전기 중고차’
기아의 중고차 비전은 현대차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신차에 버금가는 중고차’를 공급해 고객 신뢰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완성차를 만드는 품질관리 시스템을 중고차에도 적용하고, 이를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판매한다. 판매 이후 무상보증(1년·2만km), 멤버십 적립과 커넥티드카 서비스 1년 무상 혜택 등 대고객 서비스도 비슷하다.
중소 중고차 업체와 상생하라는 정부의 중재·권고에 따라 당분간 사업 확장도 자제한다. 5만·10km 무사고의 자사 인증중고차만 취급하고, 연간 판매 대수도 2024년 1만5000대 2025년 2만대로 제한한다. 또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만 ‘내차팔기’ 서비스를 통해 차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초기 사업 계획엔 현대차와 다른 점도 있다. ▲중고 전기차 진출 ▲상품화 과정 외주화 ▲타사 브랜드 보상판매(트레이드-인) 미실시 등이다.
우선 기아는 국내 완성차 최초로 뛰어드는 중고 전기차 시장 정착을 위해 ‘품질등급제’를 도입한다.
국토교통부 이전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 전기차 점유율은 0.7%에 불과하다. 거래도 64%가 업체가 아닌 개인간 거래로 이뤄진다. 중고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을 평가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매물도 많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거래가 이뤄진다.
기아는 전기차 품질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최고등급 수준으로 판정된 매물을 판매한다. 평가 항목은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에 집중됐다. 배터리 컨트롤·충전·분배·전력변환 등 4가지 시스템을 정밀진단하고, 여기에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가 신차 대비 얼마나 나오는지 평가해 등급을 메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즉 신차와 비교해 중고차가 어느정도 성능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가격을 메기겠다는 것이다.
김지민 기아 국내사업전략실장(상무)은 “중고 전기차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이유는 우리가 시장의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얼마나 가져갈 계획인가에 대한 질문엔 김 상무는 “최대한 많이 팔는 게 목표”라면서도 “현재 전기차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아 중고차 판매량의) 10%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고차의 상품화 과정은 경기 수원에 위치한 외부 전문업체가 담당한다. 현대차는 경남 양산에 센터를 구축해 직접 상품화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기아는 당사 직원이 외부업체에 상주하며 상품화 과정을 검증한 이후 차량을 넘겨받아 품질관리와 출고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사 항목은 200개로 현대차(272개) 보다 적어 보이지만, 기아 관계자는 “기준의 차이일뿐, 현대차가 진행하는 검사 항목 가운데 기아에선 빠진 항목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보상판매(트레이드-인) 프로그램은 당장 론칭하지 않기로 했다. 트레이드인은 소비자가 타던 차를 팔고 신차를 구매할 경우 할인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기존 중고차 업계에서는 완성차기업이 이를 통해 양질의 중고차 매물을 쓸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다른 브랜드 차량을 타던 고객을 자사로 유치할 수 있어 시장 영향력 확대를 노릴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트레이드 인의 경우 니즈가 있다면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