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도는 승용차·상용차 476만대가 판매되며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올랐다. 이륜차 판매가 1586만대로 여전히 오토바이 등 저렴한 이동수단이 대세인 곳이지만,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라는 성장성 크다. 고공성장하던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정체기를 맞으면서 완성차 메이커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 승용차 시장 강자는 일본이다. 인도자동차딜러협회(FADA)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현지 합작업체 마루티-스즈키가 승용차 점유율 41.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비교적 일찍 인도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현대차는 1998년과 2005년 각각 건설한 인도 1·2공장에서 연간 82만대 규모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지 내수 점유율은 14.4%로 인도 기업인 타타(13.7%)를 밀어냈다.
지난 2020년 인도 공장 본격 가동을 통해 시장에 뛰어든 기아도 벌써 점유율 5%로 토요타와 5~6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공략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시장에서는 상당히 큰 SUV에 해당하는 셀토스·카니발와 전략 모델인 쏘넷·카렌스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최근에는 초소형SUV 확대로 판매량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현대차는 경SUV 캐스퍼에 기반한 인도 전략 모델 엑스터를 현지 출시했다. 이달 공식 발표한 GM 인도 공장 인수를 계기로 인도 총 생산능력을 2025년 10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경형SUV 엑스터(왼쪽)와 기아가 전략 모델로 재출시한 MPV 카렌스.
전기차, 자율주행 등 차세대 모빌리티도 앞으로 인도 공략에 열쇠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전동화 전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포드·GM은 이미 인도 시장에서 철수했고, 닛산과 르노, 폭스바겐 등은 현지 전기차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간 인도 시장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투자했다.
이에 국내 자동차 업체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이자 배터리 제조사이기도 한 BYD는 올초 2030년까지 인도 전기차 시장 4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만 인도와 중국 양국 정부가 국경 문제 등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탓에 현지 생산 공장 건립 계획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인도 모디 총리가 2023년 6월 미국 뉴욕에서 회동했다. 출처=인도 언론정보국(Press Information Bureau).
한·미·중·일 자동차 격전지 인도…현대차 ‘퍼스트 무버’ 될까
미국 테슬라도 호시탐탐 인도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현지 투자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머스크 CEO는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유망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테슬라지만 현재 인도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전기차에 붙는 관세가 70%에 이르는 탓에 현지 공장 건립이 필수적이다.
이같은 상황은 인도 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시장에서 초기 입지를 구축하는 데 다소 유리하게 흐를 수 있다.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도 최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공식 방문해 R&D 전략부터 점검했다.
정 회장은 “수요가 증가하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