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레이싱에 대한 열정으로 『위대한 자동차 경주』를 남긴 전설적인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피터 헬크의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모터스포츠 일러스트는 그 어떤 모터스포츠 아티스트보다 직접 현장을 목격하고 얻은 특별한 진정성을 갖고 있다. 1893년에 태어난 헬크는 1906년 처음 본 레이스인 밴더빌트 컵(Vanderbilt Cup)을 관람한 후 자동차 경주계의 위대한 거인들과 용감한 크루들의 모습에 금세 매료되고 말았다.
뉴욕의 어느 여름날, 웨스트 96번가에서 친구들과 놀던 헬크는 워밍업 중인 심플렉스 50(Simplex 50 : 1908년 무렵의 미국 투어링카)을 발견하고 조수석에 올라 운전자에게 시승해 보라고 졸랐다. 테스트 드라이버는 CS 롤스와 함께 1000마일 트라이얼에 참가했던 베테랑 알 풀(Al Poole)이었다. 어린 헬크에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밴더빌트 컵 우승자 조 트레이시와 함께 샷건을 탔다는 사실이었다.
헬크는 50년 후인 1961년에 『체크무늬 깃발』(The Checkered Flag)을 집필하고 일러스트를 그렸다. 1914년 이전 모터 레이싱의 화려한 역사에 대한 그의 서문은 풀에 대해 “아주 오래 전 어린 소년의 눈에서 매력을 발견하고 반응한 사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헬크는 밴더빌트 컵 레이서들을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1920년에는 유명한 벽화가 프랭크 브랭윈 경 밑에서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헬크가 영국에 머무는 동안 그의 일러스트는 <오토카>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오토카>는 그를 위해 브룩랜즈 방문을 주선했다. 헬크는 기계뿐만 아니라 피규어 작업의 대가였으며 곧 말콤 캠벨을 비롯한 많은 유명 레이싱 캐릭터를 알게 되었다. 헬크가 평생 후회했던 것 중 하나는 <오토카>의 일러스트레이터 프레드릭 고든 크로스비(Frederick Gordon Crosby)를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헬크는 어려운 역사적인 작업 의뢰에도 주눅들지 않고 모든 종류의 머신과 뛰어난 인물화, 극적인 풍경을 훌륭하게 결합해냈다. 헬크는 이러한 재능을 바탕으로 싱클레어 오일, 내셔널 스틸, 쉐보레 등의 기업과 주요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열렬한 관심사이자 우선 순위는 모터스포츠였다.
헬크의 교과서는 ‘불을 내뿜는 몬스터’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찰스 스크리브너 발행인의 아들이 ‘체크무늬 깃발’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을 때 67세의 그는 수많은 시간을 연구하고 그림을 그리는 데 보냈다. 그는 베테랑 드라이버와 역사학자를 찾아 리포트하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고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1908년 밴더빌트 컵에서 우승한 로코모빌 ‘올드 넘버 16’을 보스턴 코너스의 스튜디오 차고에 두고 직접 운전해 본 경험은 그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1903년 아일랜드에서 열린 고든 베넷 레이스부터 1916년 산타모니카 그랑프리까지, 헬크의 생생한 텍스트는 그의 놀라운 일러스트레이션을 완벽하게 보완한다. 헬크는 밴더빌트 컵 전날 밤 관중들의 흥분된 분위기와 독일 자동차 클럽의 메르세데스 90마력 레이서 팀을 파괴한 바트 칸슈타트 작업장 화재 등 스펙터클한 장면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도 포착했다.
1976년에 출간된 헬크의 책 『위대한 자동차 경주』(The Great Auto Races) 초판본은 흑백으로 인쇄되어 시대적 배경에 잘 어울렸다. 첫 번째 사인 에디션은 500개 한정판으로 제작되어 현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일반판은 여전히 약 50파운드(약 7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자동차 예술과 초창기 레이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소장해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