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푸조의 역사와 크로스오버 콘셉트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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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얼굴을 가진 크로스오버 콘셉트의 푸조 408이 국내에 들어왔다. 푸조에서는 4로 시작되는 모델은 준중형급 승용차였고, 현재 푸조 브랜드에서 가장 큰 모델 508은 중형급보다는 약간 큰, 준대형 정도 크기이다. 실제로 벤츠나 BMW 등 럭셔리 브랜드가 자리 잡은 유럽에서 푸조나 시트로엥 등 글로벌 대중 브랜드는 최근 대형 고급 승용차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브랜드 내에서 가장 큰 모델이 우리의 중형 혹은 준대형급에 머무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어쩌면 실용적인 차량이 프랑스 차의 특징인지 모른다. 역사상 최초의 자동차는 1886년에 독일에서 발명됐지만 그와 거의 같은 역사, 즉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가진 메이커는 프랑스의 푸조(Peugeot)이다.

푸조의 역사는 1889년 푸조의 첫 자동차 세르폴레 푸조(Serpollet Peugeot) 출시로 시작된다. 그것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1년 차이로 거의 가솔린 엔진 동력 자동차의 역사와 같은 셈이다. 그리고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사자를 형상화 한 푸조의 심벌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푸조 최초의 입체적인 라이언 엠블럼은 1858년 에밀 푸조(Emile Peugeot)가 당시 그 지역의 귀금속 세공사이며 조각가였던 줄리앙 블레이저(Julien Blazer)에게 그림으로 존재하던 사자 문양을 조각해 줄 것을 의뢰하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현재와는 다른 모습의 초기 엠블럼은 화살을 밟고 있는 사자의 형태로 고안되었다. 19세기 말 푸조 자동차의 전신인 ‘푸조 프레르’(Peugeot Freres, 푸조 형제들)가 출시한 차량의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이 엠블럼을 부착해서 푸조 차량임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후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엠블럼 테두리를 아래로 갈수록 점점 뾰족하게 하는 방패 형태로 만드는 등 다양한 변화를 거친 푸조 엠블럼은 1948년에 앞발을 든 ‘벨포르 라이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는 사자 머리 모양의 도안을 방패 형태에 넣은 것으로 바꾸었고, 1976년에는 다시 전체 사자 도안으로 쓰였다가 재작년 2021년에 다시 고전적인 사자 머리와 방패 문양으로 돌아갔다. 푸조 엠블럼은 2021년까지의 것이 조금 귀여운 듯했지만 새로운 라이언 헤드 엠블럼은 어딘가 더 성숙미가 보이기도 한다.

다시 신형 푸조 408 이야기로 돌아오면, 408은 C 세그먼트, 즉 준중형 급이지만, 그보다는 약간 커 보인다. 후드가 길고 휠 베이스 2787mm에 전고가 약간 높은 1480mm로 차체 프로파일이 크로스오버 패스트백 형태의 해치백 구조다. 푸조 브랜드는 2011년에 내놓은 408 세단 이후의 11년만의 풀 모델 체인지 차량의 콘셉트로 크로스오버 해치백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유럽 등 서구에서는 승용차의 실용성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소이고 종합적으로 차량의 구매나 소유에서 활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해치백 승용차의 비중이 높은 요인이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다르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실질적으로 부피 큰 물품을 구매하면 배송까지 해결해 주는 것이 판매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정서 때문에 활용성 높은 해치백 승용차의 요구가 높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물론 이제는 해치백 여부보다는 레저용 차량으로서 SUV의 인기가 우리나라에서 해치백 승용차의 자리를 대신해 주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상 모든 SUV는 해치백 구조의 차체이기 때문이다.
푸조 브랜드의 차량은 내/외장 디자인에서는 브랜드의 특성을 나타내는 개성적인 디자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독특하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선택을 덜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개성이 부족한 디자인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실제 차량의 구입에서는 무난한 차량을 선호하는 이중적 성향을 보여준다. 되팔 때의 중고차 선호도와 가격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류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나라에서 시장 다양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 같기도 하다.

하지만 차량의 하드웨어적 기능에서 이제 글로벌 메이커들 간에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되어 가고 있고, 특별한 고성능이 아닌 실용적 차량에서는 사실상 근본적 차이가 크지 않다. 전동화 시대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크로스오버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나온 신형 푸조 408은 새로운 자동차 소비로서 실용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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