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코나가 2023년 첫 신모델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 모델의 임무는 대단히 막중하다. 경기절벽인 금년에 좋은 뉴스가 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다른 신모델도 많은데 굳이 코나에 더욱 관심이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코나가 소형 SUV 시장의 부활을 이끌 것인가이다. 2010년대에 가장 뜨거운 시장이었던 소형 SUV 시장이 지난 몇 해 동안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었다. 2020년에 출시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 XM3가 마지막 신모델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들을 비롯하여 다른 세그먼트가 신모델과 새로운 트렌드로 시끄럽고 1년 이상의 대기 기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기에 소형 SUV 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것이다. (소형 SUV로 분류되기도 하는 기아 니로의 경우, 친환경 전용 모델이라는 독특한 포지션과 함께 소형과 준중형 사이에 자리잡은 별격의 모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코나는 그 자신이 소형 SUV 시장의 침체에 일부 책임이 있기도 하다. 하나는 코나 일렉트릭 모델의 화재 및 대규모 리콜 이슈였고, 다른 하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철저한 실패였다. (미디어 신차 발표회에서도 ‘5년만의 신모델 출시’라는 멘트로 페이스리프트를 지워버리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따라서 신형 코나는 새로운 론칭을 통하여 분위기를 일신하여 시장 전체의 분위기도 되살려야 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사실 코나는 소형 SUV 시장 성장의 주역이었다. 쌍용 티볼리가 로우급 소형 SUV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주무기로 소형 SUV 시장의 1차 성장을 이끌었다면 2017년에 등장한 1세대 코나는 역동적인 디자인과 고성능, 다양한 파워트레인 등으로 소형 SUV의 시장을 하이급으로 외연을 확대하였다. 크기보다는 디자인, 가격보다는 성능과 하이테크를 강조하여 시장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추구했고 성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 출시된 기아 셀토스는 코나와 티볼리의 성공 방정식을 모두 차용하였고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가장 높은 장비 수준과 가격대는 외형적으로는 하이급 소형 SUV 시장의 공식을 따르지만 큰 차체와 넓은 실내, 그리고 실제보다 더 크게 보여지는 외관 디자인 등 티볼리의 성공 요인인 일반 고객, 즉 저관여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소형 SUV 시장은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 다채로운 성격의 모델들이 커다란 성공의 원인이었다. 차체 형상으로는 유럽에서 유행하는 살짝 높은 해치백같은 모델부터 정통 SUV를 줄여놓은 모델까지 가장 다양한 시장이었다. 또한 가격대로도 염가형 제3세계 전략 모델부터 선진국용 모델에 이르기까지 하이부터 로우까지 폭이 대단히 넓다. 그렇기 때문에 소형 SUV가 전세계적으로 소형 해치백과 준중형 해치백 시장은 거의 대부분 흡수하였고 준중형 세단과 로우급 준중형 SUV 시장까지 일부 흡수하면서 시장을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더욱 또렷한 시장 이동의 흐름을 보였다. 더 넓은 공간감, 그리고 높은사양의 요구였다. 고객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그리고 미래차 시대에 가까워지면서 소형 SUV 고객들의 요구 수준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최신 기능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 대형 고가차량 시장으로부터 메인스트림 브랜드 – 대중 시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지만 엔트리 시장에 가까운 소형 SUV 시장인 만큼 그 정도가 더욱 또렷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여 현대차그룹은 소형 라인업을 개편하였다. 먼저 기아 브랜드는 유럽에서는 꾸준히 판매되는 담백하고 다이내믹한 해치백 기반의 느낌인 스토닉을 국내 시장에서는 단종하였고 최근 소형 SUV 시장의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셀토스에 집중하였다. 필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니로를 소형 SUV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한층 우수한 공간감과 질감으로 최상위 소형 SUV 시장에 포진하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참고로 니로는 친환경 전용 모델이라는 독창적인 포지션과 이미지도 니로의 활용법에 높은 자유도를 가질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스토닉의 단종으로 로우급 소형 SUV 시장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두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레이와 후속 출시될 레이 EV가 공백을 일부 메꿔 주기를 바라는 듯 하다.
현대 브랜드는 2021년에 등장한 경 SUV인 캐스퍼를 포함하여 2022년 하반기부터 소형 SUV 라인업을 새롭게 구성했다. 1천만원대 후반 ~ 2천만원을 주력 시장으로 하는 캐스퍼는 공간감과 높은 자비 수준에서 소형 SUV의 시장 성향과 매우 근접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트리 소형 SUV인 베뉴가 사양을 강화하고 가격 포지셔닝을 조정하였다. 사양 강화는 캐스퍼에서 개발된 장비들을 대폭 적용하는 모델간 시너지를 활용하는 방향이었고 가격은 16백만원대의 엔트리 트림을 삭제하고 2천만원 초중반으로 상향 포지셔닝하여 성격이 매우 유사한 두 모델 사이의 간섭을 최소화하였다. 그리고 코나 SX2가 이전보다도 더 상향 포지셔닝된 위치에 자리잡는 것으로 소형 SUV 라인업의 리포지셔닝을 완료하는 것이다.
즉, 신형 코나의 상향 포지셔닝, 그리고 1세대 모델에 비하여 공간감을 강화한 부분도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박스형 모델에 가까운 캐스퍼나 베뉴와는 달리 세련되고 현대의 새로운, 그리고 성공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집대성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는다는 점에서 신형 코나는 이미지와 포지셔닝에서 형제 모델들과 분명하게 구분된다.
일단 디자인에서 그랜저가 첫 선을 보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로 현대 브랜드의 디자인 DNA를 담고, 클래딩과 컴포지트 헤드라이트로 코나 특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하였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아반떼나 아이오닉 5 등 최신 현대차들이 즐겨 사용한 Z자 모영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으로 소형~준준형 라인업의 연관성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몰라보게 매끈하고 세련된 차체 외부, 수평에서 급격하게 상승하여 리어 스포일러까지 휘감는 크롬 벨트라인으로 신형 코나만의 디자인 신선도를 제공한다. 요컨대 신형 코나는 브랜드 – 세그먼트 – 모델의 디자인 특성을 고스란히 담은 디자인의 집대성 모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시장의 경쟁자인 기아 셀토스와는 이미지에서 많은 차별점이 보인다. 실제로 신형 코나와 셀토스의 차체 크기는 거의 같다. 코나가 살짝 넓고 살짝 낮으며 휠베이스가 약간 길 뿐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디자인 언어는 완전히 다르다. 신형 코나는 매끈하고 세련된 디자인 언어를 선택했다면 셀토스는 실제보다도 더 커 보이고 강인해 보이는 박스형 차체와 테코레이션 요소들을 적용하였다. 이것은 어쩌면 선진국 시장을 망라하는 글로벌 모델인 코나와 초기에는 제3세계용 모델로 기획되었다가 매우 긍정적인 초기 평가에 힘입어 북미와 국내 시장 등 선진국 시장에도 진출하게 된 셀토스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신형 코나의 첫번째 진화가 공간과 디자인이었다면 두번째 진화는 고급 하드웨어로 무장한 내실일 것이다. 코나는 준중형 전용이었던 K3 3세대 플랫폼 (모델명이 아니라 플랫폼 이름입니다)을 사용한 그룹 내 최초의 소형 세그먼트 모델이다. 현재 K3 플랫폼이 적용된 내수 모델은 현대 아반떼, 그리고 기아 니로가 전부다. 덕분에 코나는 차체의 높은 강성과 이에 따른 충돌 안전도 및 조종 성능, 그리고 NVH의 전반적 개선 등 소형차에게 취약할 수 있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강화했다. 그리고 신형 코나는 그룹 내에서 내연기관 – 하이브리드 – 순수전기차의 모든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는 유일한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아에서는 셀토스 – 니로가 커버하는 시장을 코나 혼자서 담당하도록 라인업이 구성된 것이다.
그리고 고급 하드웨어에서 두번째로 돋보이는 부분은 커넥티비티 기반의 ccNc 콕핏과 제어기 OTA다. 이 두가지는 모두 현대 브랜드의 기함인 신형 그랜저에서 첫선을 보인 것들로서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에도 적용되지 않은 최신형 전장 아키텍쳐이다. 신형 그랜저와 동일한 12.3 + 12.3 인치 디스플레이 구성이 소형급에 선보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랜저는 브랜드의 기함으로서 최신 기술을 모두 망라했다면 파워트레인으로는 오늘과 내일을 모두 망라하는 글로벌 모델인 신형 코나는 사용자 경험의 차원에서는 기함급의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더 넓은 시장인 소형 SUV 시장을 통하여 전 세계적인 파괴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와 같은 코나의 고급 하드웨어 구성은 기획된 것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어쩔 수 없는 방향이기도 하다. 왜냐 하면 커넥티비티와 이를 통한 OTA는 앞으로 시대의 조류인데, 이를 구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차량 전장 아키텍쳐를 각각의 모델과 세그먼트에 따라 별도로 개발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어쩌면 코나와 그랜저가 같은 하드웨어를 사용하되 기능의 적용 여부에 따라 몇 가지 구성 요소에만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전장 플랫폼으로 모듈화하는 것이 개발비를 최소화하고 공용 하드웨어를 극대화하여 부품의 가짓수를 줄여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3세대 플랫폼과 최신 전장을 적용한 코나가 2세대 플랫폼과 기존 전장, 특히 10.25 + 10.25인치 화면 구성의 셀토스와 옵션을 고려한 가격면에서 대등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마진율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핵심 부품을 공유하는 모델들이 늘어날 수록 상황은 호전될 것이다.)
이렇듯 신형 코나는 단순한 모델 체인지가 아니다. 세그먼트의 부활을 이끌어야 하며, 저관여자부터 고관여자까지, 청년층부터 장년층까지, 그리고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폭넓은 시장과 고객층을 감당해야 하는 또 하나의 전략 모델인 것이다. 그래서 신형 코나는 기존의 공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공식을 수립하는 룰 브레이커이자 룰 세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코나가 그랜저와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인, ccNc 등의 하드웨어만 닮은 것이 아니다. 시장과 브랜드를 이끄는 핵심 모델이라는 점에서 실제 기함인 그랜저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실질적 기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