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1일 연세대 경영학과 수업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예고 없이 등장했다. 그는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 교수의 ‘조직학습: 기회와 함정’ 수업에 참관해 현대차그룹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혹시 우리 회사 제품을 쓰면서 불편함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드린다”는 농담 섞인 인사말로 시작해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학생들의 토론이 끝난 뒤엔 “여러분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놀랍고 고맙다”며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강의는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에 대한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강의 교재는 이 교수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및 지속가능대학의 윌리엄 바넷 석좌교수,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와 공동 집필한 ‘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였다. 이 연구는 지난해 말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케이스센터에 공식 등재됐다. 스탠퍼드대와 연세대, 국내 다른 대학에서도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현대차그룹 사례 연구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3년 ‘현대자동차의 품질 경영’, 2008년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경영’ 제하의 사례 연구가 등재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현대차그룹을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창조적 파괴자’로 정의하고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봤다.
특히 ‘인류의 삶과 행복에 대한 기여’가 기업의 본질적 사명임을 강조하는 정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연구자들은 기업의 혁신과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의 상관 관계를 분석하며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창조적 파괴자로서 기회를 새롭게 정의하고 인류에 더 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최전선에 섰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는 것과 함께 새로운 조직 문화와 업무 스타일 등의 변화를 동시에 이루고 있다는 진단도 포함됐다.
정 회장은 약 100분 동안 현대차그룹의 혁신 전략에 대한 학생들의 토론과 평가, 분석을 들었다. 송호성 기아 사장, 김흥수 현대차그룹 부사장, 조화순 기아 사외이사(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도 동석했다. 정 회장은 “여러분이 가진 자질과 능력을 잘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를 더 발전시키기를 바란다”면서 “여러분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경영진은 강의를 마친 뒤 학생들과 저녁 식사까지 함께 하며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