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충전비용도 오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그 동안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한 만큼 ‘요금의 현실화’라는 주장과, 친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전기차 보급 초기인 만큼 혜택을 유지돼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기 요금을 50kW(킬로와트) 충전기는 kWh(킬로와트시)당 324.4원, 100kW 이상 충전기는 kWh당 347.2원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15일 전기요금이 kWh당 8원(146.6원→154.6원)으로 약 5.3% 올라가면서 정부도 충전요금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불만을 쏟아낸다. 각종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비판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내연기관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전기차를 구입하는 이유가 저렴한 유지비 때문인데 충전요금이 상승하면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전기차 충전소를 찾기가 여전히 불편한 상황이라 요금을 올리기에 앞서 충전 인프라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9월 마지막 요금 인상 당시 전기차 충전요금은 내연기관의 42~45%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전기차 이용자들의 부담은 여전히 낮고, 요금을 추가로 올리더라도 이는 ‘인상’이 아닌 ‘현실화’라는 입장이다. 가정용, 산업용 전기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전기차 충전요금만 예외로 둘 명분도 부족하다.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 이슈와 함께 전기차가 누리고 있던 다양한 혜택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680만 원의 국비 보조금과 별도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세계 각 국은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자 보조금을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에서 전기차 비중은 1.7%(43만7486대) 수준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충전요금 인상, 보조금 축소가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며 “저가형 전기차 모델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이 충전요금, 보조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기차에 주는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50%) 혜택을 일몰시점인 2024년 말 재차 연장을 하지 않는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인프라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대부분 공차중량이 2톤(t)을 넘어 1.5t 안팎인 내연기관차에 비해 도로에 더 큰 충격을 준다”며 “오히려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관리비를 더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핵심은 소비자들이 ‘적절하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대의 전기차 판매”라며 “저가형 전기차 판매에 맞춰 전기차 충전요금, 보조금, 세제 혜택 등도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소비자들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