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러시아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와 관련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 공장 매각을 결정하고 러시아 정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현대차가 원하는 시기에 공장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조건이다.
인수 기업은 러시아에 진출한 카자흐스탄 기업으로 현지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합의했다. 정확한 매각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공장 조성비와 운용비 등을 고려할 때 현대차의 손실은 불가피해보인다. 현대차와 함께 러시아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 손실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부터 가동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 리오(프라이드), 크레타 등 현지 맞춤형 차종이 생산되는 곳으로 규모는 연간 23만대에 달한다. 2020년 제너럴모터스(GM)로 부터 매입한 인근 공장의 생산 규모와 합치면 33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자동차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전자 장비 등의 반입이 금지되자 현대차는 지난해 3월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지에서 일하던 한국 직원들도 이미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뺀 글로벌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는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생산·판매가 1년 가까이 중단되면서 현대차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98% 감소한 738대를 기록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재고로 남은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매각설은 지난 3월 현지 관영 타스 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타스 통신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현대차가 현지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며 현대차가 인수한 GM 공장을 산업 인력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처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주의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만큼 러시아 공장을 처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쟁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감수할 손해가 적지 않은데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재제에 한국 정부가 동참하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차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탐색한 끝에 지난달 GM의 인도 공장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외국 기업 공장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지난 1996년 현지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가 GM 인도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면 인도에서 연간 최대 9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