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AS경쟁 ‘시동’… 수리 가능한 지점-인력 대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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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경기 부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BMW 부천 서비스 센터(AS)에서 정재한 마스터가 전압을 줘서 누전 및 배선 여부 등을 파악하는 장비(EOS)로 배터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부천=안철민 기자 acm@donga.com4일 오전 경기 부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BMW 부천 서비스 센터(AS)에서 정재한 마스터가 전압을 줘서 누전 및 배선 여부 등을 파악하는 장비(EOS)로 배터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부천=안철민 기자 acm@donga.com

전기차(EV) 보급 대수가 빠르게 늘면서 자동차 사후서비스(AS) 시장에도 EV 전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3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국내 전기차(BEV)는 작년 동기(25만8253대) 대비 63.6% 늘어난 42만2383대(누적 기준). 정비 수요가 늘면서 업체들은 고전압 배터리(배터리셀·직류 60V 이상 기준)를 다룰 수 있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저마다 개설하고 관련 정비 시설·장비를 확충하는 데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본보가 10일 국내에서 최근 2년간 연간 500대 이상,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BEV+PHEV)를 판매한 국내 주요 7개사(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벤츠, BMW, 아우디)에서 받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국내 AS 지점은 2022년 말 기준 1658곳이다. 2021년(1404곳) 대비 18.1% 늘었다. 이 기간에 7개사가 보유한 고전압 배터리 정비 인력도 평균(업체당) 644명에서 750명으로 16.6% 증가했다.

● 전기차 인프라 경쟁 시대 개막

4일 오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운영하는 경기 부천시 BMW AS 지점. 이곳에 정비를 위해 맡겨진 전기차는 총 4대였다. 2년 전만 해도 이 지점은 EV 정비 횟수가 매월 한두 대에 그쳤지만 올해 월 50대 가까이로 늘었다. 이곳 정비 인력 30여 명 중 BMW 최고 단계 고전압 배터리 전문가 자격(HVE)을 획득한 인력은 4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BMW코리아의 고전압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배출된 기초단계(HVT) 이상 자격자는 220명이다. 정재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부천 AS 지점 마스터(38)는 “전기차 정비 수요가 늘면서 요즘 동료 정비공 사이에서 이 교육과정 참여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했다.

경쟁사인 메르스데스벤츠코리아는 7일부터 28일까지 ‘전기차 분야 우수 정비인력 양성 프로그램(AET)’의 16기 교육생 모집에 나섰다. 전문대 자동차학과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시작됐다. 이미 고전압 전문가 190명을 확보한 벤츠는 총 76개 지점에서 전기차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는 2021년 1월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고전압 배터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 ‘KEVT’를 만들었다. 현대차는 고전압 배터리 교육과정을 전문으로 다루는 ‘현대전동차마스터인증프로그램(HMCPe)’을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다. 양사가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배출한 고전압 배터리 전문가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168명과 2679명. 현대차그룹만 총 3847명의 국내 고전압 배터리 정비 인력을 확보한 셈이다.

● 기술·인력 진입장벽은 AS 인프라 확충 걸림돌

전기차는 배터리와 이를 통제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각종 부품의 설계가 업체별로 현저하게 차이 난다. 안전 진단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버전이 시기별로 업데이트되다 보니 업체별로 관련 전문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짤 수밖에 없다.

전기차 정비의 첫 단계인 접수 차량의 안전 진단과 정비 과정 설계를 고전압 배터리를 다룰 수 있는 핵심 전문가가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도 AS 인프라 확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AS 지점에서 정비를 맡지 못하고 고전압 배터리 전문가가 있는 서울 중앙 거점 센터에 차가 보내지곤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AS 인프라 확충 속도가 전기차 보급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7개사의 전기차(BEV+PHEV) 판매대수는 13만4098대로 전년 동기(9만852대) 대비 47.6% 늘었다. 같은 시기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지점 수의 증가율(18.1%)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AS 지점 1곳당 감당해야 하는 전기차 대수도 64.7에서 80.9대로 늘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보급이 이뤄진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고전압 전류가 흐른다는 표시인 ‘주황색 선’만 봐도 덜컥 겁을 먹는 정비 인력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전기차 보급에만 방점이 찍혀 있던 업체와 정부의 마케팅 및 지원책의 우선순위를 AS를 포함한 후방 산업으로 확산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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