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또 뒤집었다”…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전략 ‘미소’ 지은 반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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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 시절 강화한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종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현대차·기아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하는 반면, 수조 원을 투입한 조지아 전기차(EV)·배터리 공장 투자의 회수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K-배터리 3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EV 수요 둔화 충격을 흡수하려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CAFE 목표치 3분의 1 하향…내연기관·하이브리드 생명 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완화한 새 연비 기준을 승인했다. 2025년 1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제시한 개정안이 사실상 그대로 확정되면서, 2031년형 차량의 평균 연비 목표치는 갤런당 50.4마일에서 34.5마일로 대폭 낮아진다. 기존 기준의 약 3분의 1이 깎이는 셈이다.
CAFE는 제조사별로 판매 차량 전체의 평균 연비 하한선을 정해두는 제도로, 기준이 높을수록 업체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비중을 의무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번 기준 완화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대형 SUV와 픽업트럭 중심의 내연기관 판매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여유를 확보했다.
이번 규제 완화의 직접 수혜업체로는 현대차·기아가 꼽힌다. 두 회사는 연비 효율이 높은 SUV 하이브리드 비중이 이미 높아, 강화된 기준 하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었다. 기준이 낮아지면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무리하게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추가로 줄어들게 됐다.

126억 달러 조지아 투자, EV 전환 지연에 발목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배터리 생산 거점인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LG에너지솔루션·SK온과의 배터리 합작법인을 포함해 총 125억6000만 달러(약 16~17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단일 투자 프로젝트로, 2031년까지 약 8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조지아 배터리셀 합작 공장은 올해 4월 상업 생산을 시작해 5월 첫 배터리셀을 출하했다. 로이터 심층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EV 정책 후퇴가 이 같은 미국 내 EV 공장 투자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V 전환이 늦어질수록 공장 가동률이 예정된 속도대로 올라가지 못해, 초기 고정비와 감가상각 부담이 투자 회수 기간을 길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규제 완화로 전기차 전환 시점이 늦어지면서 관련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면서도 “완성차는 하이브리드로, 배터리는 ESS로 이미 대응에 나선 만큼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