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신차’ 르노코리아, 남혐 논란에 휘청 [자동차팀의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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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가 회사 존망이 걸린 신차 발표 시기에 느닷없이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신차로 국내 점유율(수입차 제외) 1%의 부진을 털어내려 했던 르노코리아로선 그야말로 날벼락입니다.

지난달 27일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공개한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사내 홍보용 동영상이 발단이었습니다. 이 영상 속 여직원은 엄지와 검지로 ‘집게’ 모양을 반복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극단적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주말(지난달 29, 30일) 사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르노코리아는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르노코리아 측은 “사내 홍보용 콘텐츠로 불편함을 느꼈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조사 중이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직원은 직무수행이 금지된다”고 했습니다.

사실 지난해 게임 업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11월 넥슨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속 캐릭터 손 모양이 남성 혐오를 상징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였죠. 논란은 게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고 젠더 갈등의 격전지로 변해버렸습니다. 홍보하려고 올린 콘텐츠가 되레 ‘독’이 된 겁니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이번 신차 개발 등에 최대 1조5000억 원을 투입했다고 전해지면서 ‘1조5000억 원짜리 집게’라는 말도 나옵니다.

‘쇼트폼’(짧은 영상)이 넘쳐나는 디지털 세계에서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살피는 여과 단계를 건너뛰는 경우도 많습니다. 르노코리아의 이번 사태만 해도 영상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지 먼저 살펴봤다면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퇴고(推敲) 없는 디지털 소통(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제 되돌아 봐야 할 때입니다. 르노코리아 직원 3600여 명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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