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차의 새로운 가능성, ID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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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현재 폭스바겐 전기차 라인업에서 가장 믿을 만한 모델임이 분명하다

폭스바겐의 최신 모델 ID 7에 대한 자부심의 근원은,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연기관 엔진을 얹고 패스트백 타입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뽐내는 아테온보다도 더 긴 차체를 지닌 ID 7은, 볼프스부르크의 유서 깊은 자동차 회사가 BMW i5나 메르세데스-벤츠 EQE 같은 최상급 중형 세단들과 직접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강력한 전기 세단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20여 년 전 당시 폭스바겐 수장이던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e¨ch)가 프리미엄급 세단 페이톤(Phaeton)의 개발을 지시했을 때, 사실 그 차의 목적은 딴 데 있었다. 피에히는 페이톤을 통해 폭스바겐 내부의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으려 했던 것이다. 그에 비해 ID 7은 좀 더 진지한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야망은 예전의 페이톤과 비슷해 보인다.

이 차가 보여준 성과는 말할 것도 없다. 폭스바겐은 이 차를 계기로 4년 전 ID 브랜드 출범 이후 어려움을 겪으며 가다듬어온 핵심 기술을 마침내 실제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효율적인 장거리 주행용 전기차를 만들고 싶다면, 차체가 높은 해치백이나 SUV보다는 오히려 공기역학 측면에서 더 유리한 롱 휠베이스의 세단 차체에서 시작하는 게 옳다.

ID 7은 차세대 전기 모터와 새로운 인버터를 사용한 덕분에 주행거리를 앞세운 경쟁자들보다 확실히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게다가 내비게이션 사용이 수월할 뿐 아니라 아주 잘 배치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완성도 높은 운전자 보조 장치까지 빠짐없이 갖추고 있어 운전과 편의장비 조작이 훨씬 간단하고 편리하다.

이 차의 역동적인 성격은 폭스바겐 모델의 전형이다. 일관되고 정교하며 확실한 핸들링과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과도하거나 작위적인 몸놀림을 드러내진 않는다. 더욱이 어떤 경우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ID 7에서는 최근 폭스바겐의 모델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성숙함과 철저함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폭스바겐이 목표로 하는 상위 고급 세단 시장에 아주 잘 어울린다. 폭스바겐은 다른 모든 ID 브랜드 모델과 마찬가지로 MEB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사용 방식은 사뭇 다르다. 폭스바겐은 이 차를 가리켜 그들이 선보인 전기차 가운데 가장 낮은 차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측면 디자인이 내연기관 세단보다 다소 단순하고 휠 사이즈도 조금 작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아무튼 0.23에 불과한 이 차의 공기저항계수(Cd)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단한 성과다. 이 같은 공기역학적 차체 디자인은 77kWh의 가용 배터리 용량과 새로 개발한 모터(더 강한 자석을 사용하고 고정자를 다른 방식으로 감았으며, 냉각도 더 용이하다) 및 인버터와 어울려 무려 616km(프로 트림 기준)의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를 실현한다. 올해 말 출시할 프로(Pro) S 트림은 같은 모터를 86kWh 배터리에 연결해 643km 이상의 주행 가능 거리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현대식 ‘스트림라이너‘(streamliner) 전기 세단이 기존 준대형 고급 세단만큼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는지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ID 7은 그 같은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린다. 키 192cm인 나는 이 멋진 세단의 운전석에 아주 편안히 앉을 수 있었고, 뒷좌석에서도 몸 불편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크게 두 가지 디지털 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15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콘솔이고 다른 하나는 운전자의 전방 시야와 계기반 및 내비게이션을 자연스럽게 연동해 보여주는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인데, 정말 훌륭하다. 터치스크린은 거의 모든 실내 온도 조절 기능과 운전자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고객 의견을 반영해 내비게이션 기능을 개선한 덕분에 이전 MIB 시스템보다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영구적으로 표시되고 사용자가 구성할 수 있는 메뉴 바를 통해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 원 터치로 직접 접근할 수도 있다. 이제는 필수적인 속도 제한 지원 시스템을 사용할 때도 디스플레이 화면을 상하좌우로 이리저리 돌아다닐 것 없이 단 1초간 두 번만 터치하면 끝이다. 원하는 기능은 메뉴 홈 화면에 직접 표시하거나 하나의 화면에서 바로 이동해 접근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고객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곧장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 같은 새 소프트웨어는 다른 ID 모델의 더 작은 13인치 스크린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칭찬 받아 마땅하다!

폭스바겐의 전형적으로 능수능란한 다이내믹 성능은 ID 7 몸놀림 특성을 뚜렷이 한다. 이 모터는 강력한 토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제한 속도에 금세 도달하는 주행속도를 이끌어내고,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은 수많은 최신 전기 세단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승차감과 확실히 안정적인 핸들링 성능을 구현한다.

ID 7은 정교한 핸들링이나 침착하면서도 역동적 주행자세 유지를 전혀 어려움 없이 해낸다. 접지력이 좋고 코너링 밸런스도 잘 갖추고 있지만, 요철이 심한 변두리 도로를 달릴 때는 차체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좀 더 스포티한 취향의 운전자라면 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 차가 제공하는 실용적인 편안함과 편리함에 대한 대가로 이를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제원상 주행가능거리는 실제 주행에서도 유효하다. 짧은 시승 결과, 영국 평균기온에서 시승차인 프로(Pro) 트림을 타고 여행이나 일상적 출퇴근을 한다면 대략 3.8~4.0kWh의 전력을 소모해야 하는데, 이는 최소 480km 이상의 실제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해준다. 이는 몇 주 전에 테스트한 i5나 최근 업데이트한 테슬라 모델 3는 물론, BYD 실(Seal)과 현대 아이오닉 6, 폴스타 2를 효율성과 실제 주행 가능 거리 모두에서 앞지르는 수준이다(ID 7이 훨씬 크고 넓은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또 하나, 앞서 언급했듯 더 큰 배터리를 올릴 ID 7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어쨌든 ‘전기차 성장통’을 극복하고 싶어하는 폭스바겐의 인내심과 끈기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맷 샌더스 (Matt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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