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주요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 2023년 1월~11월까지 누적 통계를 살펴 보면 중국 기업의 베트남에 대한 직접 투자는 한국, 싱가포르, 일본 기업보다 크게 증가했다. 아세안 신흥국, 심지어 미유럽 시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그 이유는?
그 배경으로는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경제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나 부동산 개발자, 쉐도우뱅킹(은행 이외의 투자펀드 등에 의한 금융중개 비즈니스) 분야에서 디폴트 리스크가 급상승하고 있다.
또 고용•소득 환경 개선의 여지도 적을 뿐만 아니라, 특히 젊은층 실업률은 46.5%에 달했다는 발표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마이너스로 침체되어 디플레이션 압력도 증가하고 있다. 가계 소비도 늘지 않는 만큼, 당분간 중국 경제의 대폭적인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중국 기업의 진출에 따라 현지 기업 등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일대일로(시진핑 총서기이 제창한 경제권 구상)의 연선국가에 대한 투자가 문제된 것처럼 중국 기업의 사업계획 실현력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세안 국가에서는 남중국해로 진출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폭스콘도 베트남 생산 체제 강화
2019년부터 첨단 분야에서의 미중 갈등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중국 기업이 늘었다. 2023년 베트남의 직접 투자 비중에서 중국이 싱가포르, 한국, 일본을 제치고 1위가 될 전망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가장 많다. IT 첨단 분야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등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이 베트남에서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인도로 제품 단위 조립 생산을 이전했다. 샤오미도 베트남에 진출했다. 샤오미는 베트남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기대감이 높은 아세안 지역을 중요 수출거점으로 보고 있다. 샤오미는 인도의 전자기기 수탁 제조 기업인 딕슨 테크놀로지스에도 생산을 위탁한다.
EV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급증했다. 베트남에서는 세계 최대 (2023년 실적 기준) EV 메이커로 급성장한 BYD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BYD는 사업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SAIC-GM 울링도 베트남에 진출했다.
EV 배터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기업인 CATL이 베트남 최대 복합기업인 빈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고션 하이테크도 빈그룹과 제휴해 차량용 배터리 공장을 공동으로 건설한다.
인도네시아에서 CATL은 광산 개발과 생산 거점에 대한 직접 투자를 진행 중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자동차 메이커에 있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장일 뿐만 아니라, 전동화 차량 선점을 위한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베트남 등으로 중국 기업이 사업 거점을 확대하는 것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경ㄱ; 침체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베이징 등 대도시권에서는 주택가격이 급락해싸. 중국의 부동산 시장 전망이 개선될 여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과거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달했을 때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 가까이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버블 붕괴로 토지, 아파트, 시멘트, 건설 기계, 가전 제품 등 광범위하게 수요가 감소했다. 11월 수입이 기대를 밑도는 것은 침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져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용•소득환경의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불량채권 에 대한 처리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고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압박에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포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더 자유롭고 성장 기대가 높은 베트남 등 아세안 시장으로의 진출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높이는 중국 EV
유럽에서는 BYD와 SAIC 산하 MG 브랜드의 유럽 시장 진출, 그리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나 BMW의 EV 보급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 유럽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진 못했지만, 점유율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 침체를 해외 수요로 전환하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매우 명확하다.
중국에서의 인건비 상승도 해외 시장 진출의 배경이다. 생산연령 및 인구 감소로 중국 인건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 1인당 GDP를 비교하면 중국이 1만 2천 달러인데 반해, 인도네시아는 4300달러, 베트남은 3700달러 수준이다. (2022년 IMF 추정치)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이 중국에서 해외로 사업 거점을 이전한 영향도 크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미•중 대립은 더욱 첨예해 지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졌다. 중국에서 인도와 아세안 신흥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관하는 한국, 대만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vs 동남아시아 무역전쟁 위험성 높아진다
앞으로도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 기업은 늘어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진출한 나라와 지역에서 중국 기업과 현지 기업의 경쟁이 과열된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정책 당국이 중국 기업의 과도한 가격 경쟁에 대해 제재관세 등을 적용할 가능성도 높다. 미중무역전쟁을 넘어 아세안 지역과 중국과의 무역 마찰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중국 기업에 의한 직접 투자 급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급격한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토지나 자재 가격 상승이나 경기 변동 리스크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진출로 기술 인력 쟁탈전이 일어나거나,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공장 건설 급증으로 인해 대기와 수질 오염이 심각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 기업이 수탁한 고속철도계획이 지체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산업화 추진과 디지털, 의료 등 첨단 분야에서 제조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이외에도 해외 기업들의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되는 무역마찰
유럽위원회는 EV 분야에서는 중국 정부의 EV 생산 지원 정책이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EV 구매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개정해 중국에서 생산된 차종을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유럽위원회의 중국산 EV에 대한 제재관세 부과는 무역전쟁의 양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12월 1일 미 재무부는 중국산 원자재가 사용된 EV를 세제 우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2024년부터 차량용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니켈과 리튬 등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당분간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질 것이며, 경기침체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해외 진출 전략을 강화하는 중국 기업은 늘고 있다. 중국기업이 진출한 국가의 현지기업, 지역사회, 정부와의 마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럽 뿐만 아니라 아세안 시장으로 중국과의 무역 마찰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