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현실판 설국열차 아닙니까?” 전 세계 4대 겨울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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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풍경을 단순히 차갑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세상의 색을 하얗게 덮고, 도시의 소리는 잠재우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에 흰빛의 강조선을 그어주는 순간이죠. 그래서일까요.
눈 내린 계절이 오면 많은 고속도로가 아닌 철도를 선택하는 여행자도 적지 않은데요. 창문 너머로 스쳐 가는 설산, 눈에 잠긴 호수, 기차가 지나갈 때만 들리는 눈 밟는 소리. 그러한 풍경은 비행기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오로지 기차여행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겨울의 특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겨울이 만들어낸 세계의 설경을 똑바로 가르며 달리는, 현실판 설국열차 4선을 소개해 드립니다.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기차여행 명장면만 골라 담았습니다.
캐나디안 로키 횡단 [VIA Rail The Canadian]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무려 4,466km를 가로지르는 대륙 횡단 열차. VIA Rail The Canadian은 캐나다라는 나라의 겨울 버전을 통째로 보여주는 거대한 파노라마 기차 여행입니다.
기차는 온타리오의 숲을 지나 사스캐처원의 초원을 건너고, 알버타와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이르러 드디어 로키산맥의 설벽을 마주합니다. 창밖에는 만년설로 덮인 봉우리, 얼어붙은 호수, 흰 눈이 붙어 흔들리는 전나무 숲이 이어지고, 저녁이면 기차 전조등만이 하얀 어둠 속을 갈라 나아갑니다.
특히 겨울 시즌에는 관광열차 로키 마운티니어가 운행하지 않아, 진짜 캐나다의 야생적인 설경은 VIA Rail로만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서비스보다 겨울 로키의 날 것 그대로를 원한다면 이 노선이 정답입니다.
침대칸을 선택할 경우, 넓은 창과 식사가 포함되어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 가능합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결빙과 날씨 영향으로 지연이 잦으므로, 일정은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로키 마운티니어

많은 여행자가 “캐나다 설국열차 = 로키 마운티니어”라고 생각하지만,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습니다. 이 럭셔리 관광열차는 매년 4월~10월 사이에만 운행해, 눈 덮인 로키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선을 소개하는 이유는, 많은 여행자가 시즌을 혼동해 겨울에 예약을 시도하기 때문인데요. 로키 마운티니어가 제공하는 파노라마 전망, 캐노피형 유리창, 최고급 호텔식 식사는 분명 압도적이지만, 겨울 설경을 원한다면 VIA Rail이 유일한 선택입니다.
결론적으로, 진짜 겨울 로키산맥의 백미를 확인하고 싶다면 겨울엔 VIA Rail, 봄·여름엔 로키 마운티니어라는 선택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빙하 특급 [Glacier Express]

‘세계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라는 별명이 붙은 이 기차는 느림 속에서 풍경의 밀도를 극대화합니다. 체르마트 ↔ 생모리츠를 잇는 약 8시간의 여정 동안, 기차는 스위스 알프스의 심장부를 천천히 가로지릅니다.
절벽을 깎아 만든 철길, 빙하의 녹은 물이 흐르는 계곡, 작은 설산 마을의 굴뚝 연기, 그리고 관광열차의 하이라이트인 랜드바서 비아둑트까지 창밖으로 펼쳐지는 장면 하나하나가 화보 수준이라 해도 믿을 만합니다.
객실은 천장까지 이어지는 전면 유리창 덕분에 설경을 올려다볼 수 있고, 햇빛이 눈에 반사돼 내부가 환하게 차오르는 분위기 역시 겨울철에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입니다. 단 스위스 고산지대 특성상 눈과 바람에 시야가 급변하므로 참고하세요.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는 쿠어 ↔ 티라노 구간을 달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철도라는 점에서 이미 특별한 기차 여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겨울에는 그 특별함이 극대화되죠. 알프스의 험준한 능선이 눈으로 덮여 순백의 파도처럼 보이고, 기차가 철교를 건널 때마다 설원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특히 나선형 비아둑트를 지날 때, 붉은 열차가 하얀 눈 위를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모습은 언제봐도 그림 같습니다.
또 하나의 매력은 노선이 스위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티라노로 내려가며 풍경의 색이 변하는 순간입니다. 눈·얼음·산만 보이던 창밖이 어느 순간 이탈리아식 밝은 건물과 따뜻한 햇빛으로 바뀌는 대비가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기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힙니다. 고산지대 통과 시 기온 급감할 수 있으므로 방한 준비는 필수입니다.
겨울 기차여행은 단순하게 풍경이 스치는 것뿐만 아니라, 겨울을 가장 편리하지만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방식입니다. 하얗게 덮인 대륙을 가로지르는 캐나다 횡단 열차, 알프스의 심장을 천천히 헤쳐 나가는 스위스 특급열차, 그리고 선로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곡선을 달리는 베르니나까지.
이 네 개의 설국열차는 겨울이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매력들이죠. 운전 스트레스 없이 창밖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차 여행. 올겨울, 이 설국열차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