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시선 집중…” 비단결 같은 무늬를 가진 ‘한국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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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나무 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노각나무 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노각나무 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흐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나무들을 가까이 두고 살았다. 그중에서도 여름볕이 가장 뜨거워질 무렵, 고요하게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 한 그루는 ‘변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나무껍질은 매끄럽고 반들거리며, 줄기에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비단처럼 번진다. 그 고운 무늬 덕분에 ‘비단나무’라 불렸고, 때로는 ‘금수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이름부터 귀한 느낌을 풍기는 이 나무는 요즘 들어 해외에서도 정원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바로 ‘노각나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노각나무’

노각나무 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노각나무 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노각나무는 쌍떡잎식물 물레나물목 차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으로 주로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이나 일본 일부 지역에 분포한다. 표고 200~1200m의 산지에 자생하는 이 나무는 다 자라면 그 높이가 7~15m에 달한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며, 끝은 뾰족하고 밑은 둥글거나 뭉뚝하다. 가장자리에는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이 잎은 가을에 황색으로 단풍이 들어 산을 황금색으로 물들인다.

6~7월에는 동백꽃과 비슷하게 생긴 하얀 꽃을 피우며, 이 꽃은 새로 자란 가지 끝에 달린다. 꽃잎은 5~6개이며, 꽃받침은 둥글고 융모가 있다.

이 꽃은 한 송이가 2, 3일 동안 피었다가 지지만,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겨가면서 순서대로 피어나는 덕분에 한 달 동안 꽃망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10월에는 오각형의 검은 열매가 열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양파를 닮았다.

껍질이 벗겨지며 독특한 무늬를 만드는 노각나무. / Wiert nieuman-shutterstock.com
껍질이 벗겨지며 독특한 무늬를 만드는 노각나무. / Wiert nieuman-shutterstock.com

줄기의 껍질은 조각조각 벗겨져 얼룩무늬를 만들며, 나무결이 비단처럼 곱고 매끈해 ‘비단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나무껍질은 붉은빛에 회색 반점을 띠고 있는데, 이 모습이 배롱나무와 쉽게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흡사하다.

이 아름다운 나무껍질은 노각나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기도 했는데, 사슴뿔처럼 보드랍고 황금빛을 가진 아름다운 껍질을 가졌다 해서 ‘녹각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더 부르기 쉬운 노각나무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는 노각나무의 오래된 줄기가 마치 늙은 학의 깃털처럼 보인다고 해 늙은 학을 뜻하는 ‘노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전해진다. 따라서 늙은 오이를 뜻하는 노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노각나무의 쓰임새

노각나무는 해외에서도 정원수로 인기가 많다. / lenic-shutterstock.com
노각나무는 해외에서도 정원수로 인기가 많다. / lenic-shutterstock.com

노각나무는 내한성과 내음성이 강해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나무로 여겨졌다. 이 모습이 껍질이 벗겨지며 무늬가 달라지는 것과 어우러져, 사람들은 노각나무를 ‘변화’와 ‘재생’의 상징으로 봤다.

또한 껍질이 벗겨지는 모습은 마치 나이가 들어 주름진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화려한 무늬를 형성하면서 독특한 미관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노각나무는 한국 전통 정원에서도 종종 활용됐다. 서양에서도 노각나무를 ‘스튜어트나무’라고 부르며 정원수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또한, 노각나무의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해 고급 가구나 공예품 제작에 사용되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노각나무 목재를 활용해 소규모 목공예품을 만들었으며, 특히 나무 결이 아름다워 작은 상자나 장식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인내심이 필요한 노각나무 키우는 법

노각나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노각나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노각나무는 꺾꽂이나 씨앗을 통해 심을 수 있고, 환경만 맞춰줄 수 있다면 정원에서도 건강하게 자라는 나무다. 노각나무의 번식 방법과 키우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노각나무의 씨앗을 얻기 위해서는 가을에 맺히는 열매가 터지기 전에 미리 열매를 채취해야 한다. 이 씨앗은 건조해지면 발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바로 심거나 모래와 함께 서늘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다만, 씨앗을 심는다고 무조건 발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발아까지 1~2년이 걸릴 수 있어 인내가 요구된다.

노각나무는 꺾꽂이를 통해서도 번식할 수 있는데, 봄이나 여름철에 건강한 가지를 잘라 습한 흙에 꽂아두면 된다. 이러면 가지에서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단, 다른 나무에 비해 꺾꽂이 성공률이 높은 편은 아니라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노각나무는 원래 산속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직사광선이 내려쬐는 곳보다는 반그늘이 드리운 장소에 심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 묘목일수록 부드러운 햇살을 더 좋아하므로 적당히 그늘진 곳이 적합하다.

토양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으면서도 물 빠짐이 좋은 곳을 골라야 한다. 노각나무는 습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지만, 너무 물이 안 빠지는 곳에서는 뿌리가 썩을 위험이 크다. 특히 여름 장마철이나 건조한 겨울에는 토양의 습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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