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보다 ‘이것’ 5배 많아… 6월에만 맛볼 수 있는 ‘한국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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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감자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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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감자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여름 초입 6월에만 맛볼 수 있는 감자가 있다. 이름부터 절기와 맞닿은 ‘하지감자’다. 6월 하순 무렵, 하지 전후에 수확해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감자보다 수확 시기가 빠르다.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아 손으로도 쉽게 벗겨진다. 겉은 매끈하고 속살은 단단하다. 삶으면 포슬포슬하고, 구우면 쫀득하다. 단맛도 일반 감자보다 강한 편이다. 하지감자는 맛뿐 아니라 쓰임새와 성분 면에서도 눈여겨볼 점이 많다.

하지 무렵 수확하는 특별한 ‘하지감자’

감자를 수확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감자를 수확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감자를 뜻하는 옛말은 ‘감저’다. 이 말은 한동안 고구마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였다. 두 식물 모두 땅속에서 자라고, 조리법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확 시기와 유입된 지역이 다르다. 감자는 북쪽에서 전해졌고, 고구마는 남쪽에서 들여왔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북감저’, ‘하지감자’라는 말이 생겼다. 고구마를 기준으로 한 명칭이다. 감자의 본래 수확 시기가 6월 하순 즈음이기 때문에 하지 무렵 감자는 특별한 이름으로 구분됐다.

하지감자는 강원도 산간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된다. 산지 특성상 저온과 큰 일교차 덕에 전분 함량이 높고 당도도 뛰어나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아 저장성이 낮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신선한 상태로 바로 조리해 먹는 데 유리하다. 강원도에서는 하지감자를 활용한 요리가 풍부하다. 감자밥, 감자전, 감자부침개는 기본이다. 감자수제비, 감자범벅처럼 반죽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단독으로 먹어도 좋고, 찌개나 탕에 넣어도 식감이 살고 국물이 진해진다.

삶아서 먹었을 때 가장 빛나는 감자

하지감자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하지감자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하지감자는 염증을 줄이는 데 활용돼 왔다. 과거엔 생감자를 갈아 즙으로 만들어 통증 완화에 썼다. 조선시대 민간요법에선 관절이 아프거나 위가 쓰릴 때 감자즙을 마셨다. 지금은 학술적으로 그 효능이 일부 확인됐다. 동아시아식생활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감자에서 추출한 에탄올 성분은 항산화 활성이 높았다. 전분은 위산을 흡수하고, 점막을 보호하는 데 관여한다. 위궤양이나 위염 증상이 있을 때 삶은 감자를 먹으면 속이 편안해지는 이유다.

붓기에도 감자가 쓰인다. 하지감자에는 칼륨이 풍부하다. 칼륨은 나트륨과 반대로 작용해 짠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체외 배출을 도운다. 아침에 붓기 있는 사람은 삶은 감자나 감자수프를 공복에 먹으면 효과가 빠르다. 된장국이나 된장찌개에 감자를 넣는 조리법도 같은 원리다. 감자 자체가 짠맛을 중화하고, 염분을 줄여준다. 특히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감자의 비타민 B1이 소모돼 흡수가 줄어들 수 있다. 감자는 소금이나 된장과 함께 조리할 때 영양 손실이 적다.

하지감자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하지감자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하지감자는 일반적인 채소와 달리 열에 강한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채소는 가열하면 비타민 C가 쉽게 파괴되지만, 감자는 다르다. 전분이 비타민 C를 감싸는 구조 덕분에 열을 가해도 영양소 손실이 적다.

중간 크기 감자 1개(약 150g)에는 비타민 C가 약 30~45mg 들어 있다. 이는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100mg)의 약 30~45% 수준이다. 참고로 사과 1개(약 200g)의 비타민 C 함량은 8~12mg 정도다. 감자 한 개만으로도 사과보다 약 5배 많은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있는 셈이다.

감자에 풍부한 비타민 C는 철분 흡수를 도와 빈혈 예방에 효과가 있다. 특히 여름철처럼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 삶은 감자를 반찬으로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자 속에는 단백질도 있다. 비율은 낮지만 품질은 높다. 필수 아미노산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고기 섭취가 어려운 중장년층에게 유익하다. 감자, 두부, 계란, 콩 등을 함께 섭취하면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중장년 근감소증이 걱정된다면 꾸준히 삶은 감자 섭취를 권할 만하다. 특히 하지감자는 갓 수확한 상태에서 삶으면 조직이 무르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유지한다.

감자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은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혈관 노화도 막는다. 폴리페놀을 비롯해 각종 미량 성분들이 체내 염증 반응을 낮추는 데 작용한다. 조리한 하지감자 한 접시에는 곡물 이상의 쓰임이 담겨 있다.

하지감자 보관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하지감자 보관 자료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위키푸디

하지만 조리와 보관엔 주의가 필요하다. 감자의 껍질과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하지감자라고 해서 햇볕에 오래 두면 안 된다.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솔라닌 농도가 높아지고 식중독 위험이 생긴다. 싹이 났을 경우엔 칼로 깊게 도려내야 안전하다. 보관은 서늘하고 어두운 곳이 기본이다. 냉장 보관도 가능하다. 0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2주 이상 보관하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배가된다.

하지감자는 생으로 먹기보단 삶거나 찌는 것이 적절하다. 조리 시간이 길수록 전분이 익어 맛이 깊어진다. 삶을 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단맛이 더 강해진다. 잘게 썰어 조림으로 만들거나, 껍질째 찐 후 버터를 얹는 방식도 있다. 강원도에선 감자를 으깨어 옥수숫가루와 섞어 전을 부치기도 한다. 감자의 다양한 활용은 산간 지역 식생활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증명돼 왔다.

하지감자는 이름처럼 계절이 정한 선물이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 마트나 시장에서도 일시적으로만 판매된다. 짧은 기간, 놓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아 보관이 어렵지만, 그만큼 삶아 바로 먹기에 적합하다. 제철 식재료답게 오래 두기보다 구입 후 바로 조리해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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