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컷이 한 마리도 나오지 않고 암컷만 수천 마리씩 태어나 심각한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있다. 바로 바다거북이다.
1억 년 전부터 존재해온 고대 생물 바다거북

바다거북은 약 1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온 고대 생물이다.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며 대표적으로 초록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장수거북 등이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바다거북은 긴 거리 이동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바다를 넘나들며 먹이를 찾고 알을 낳기 위해 태어난 해변으로 되돌아온다.
이들은 주로 해조류, 해파리, 갑각류 등을 먹으며 먹이 종류에 따라 부리 모양도 다르다. 초식성인 초록바다거북은 날카롭고 납작한 부리를 가졌으며 해파리를 즐겨 먹는 장수거북은 목이 유연하고 부드럽게 휘어진 입을 가지고 있다.
산란 시기에는 암컷만 해변으로 올라와 모래 속에 수십 개의 알을 낳는다. 수컷은 일생을 바다에서만 보내고 육지로 나오는 일이 없다. 알은 약 2개월 동안 모래 속에서 부화한 뒤 새끼는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달린다.
바다거북은 폐로 호흡하는 동물이지만 수중에서 몇 시간씩 잠수할 수 있다. 특히 장수거북은 1000m 이상 깊이로 잠수해 먹이를 찾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자기장을 인지해 방향을 찾는 능력도 있다. 덕분에 광활한 바다에서도 정확히 고향 해변을 찾아갈 수 있다.
온도에 따라 성별이 정해지는 바다거북

바다거북은 알이 부화될 때 주변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이를 ‘온도 의존성 성 결정’이라 부른다. 유전적으로 성이 정해진 사람이나 포유류와 달리 바다거북은 알을 낳은 후 부화 환경에 따라 암수 비율이 달라진다. 약 27.5도 이하에서는 수컷, 30도 이상에서는 암컷이 태어난다. 29도 정도에서 성비가 균형을 이룬다.
부화 시기 중에서도 중기, 즉 알이 부화되기까지의 기간을 3등분 했을 때 가운데 구간의 온도가 성별을 좌우한다. 이 시기의 온도가 높으면 암컷, 낮으면 수컷이 나온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는 4년 연속 여름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기가 바다거북 산란기와 겹친다. 수컷이 사라지고 암컷만 태어나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만드는 생태계 불균형

온도에 따라 성비가 달라지는 파충류는 바다거북만이 아니다. 일부 도마뱀이나 악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이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바다거북은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크다. 짝짓기 가능한 개체가 줄어들면서 종 전체의 번식률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은 보통 30년 가까이 지나야 짝짓기가 가능하다. 부화한 새끼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100개 중 1~2마리 정도다. 수컷이 없다면 이마저도 생존해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호주 북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바다거북의 성비가 암컷이 훨씬 많았다. 당시만 해도 일부 지역의 문제라고 인식됐지만 현재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바다거북의 암컷 비율이 99%에 달하는 사례도 나왔다. 특정 해변에서는 116일 동안 태어난 새끼가 모두 암컷이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단체가 직접 나섰다. 바다거북의 알이 있는 둥지를 그늘이 있는 곳으로 옮기거나 주변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고 수컷이 태어나길 기다렸다. 혹은 모래 위에 차양을 설치하거나 산란지 온도를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일시적인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온이 34도 이상으로 올랐고 아예 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해양 생물 대부분은 서식지를 옮기며 환경에 적응하지만 바다거북은 다르다. 태어난 모래사장을 기억해 수십 년 뒤에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아무리 환경이 바뀌더라도 태어난 곳이 아닌 새로운 장소로 산란지를 옮기기 어렵다.
온도 때문에 바다거북이 태어나지 않거나 암컷만 생겨난다면,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바다거북은 해양 생태계에서 해초 조절, 플랑크톤 순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 직접 보이는 존재는 아니지만 해양 환경 전체의 균형을 지키는 존재다.
예전에는 콧속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고통받던 바다거북의 영상이 환경 오염의 상징처럼 회자됐다. 당시 문제는 쓰레기였지만 지금은 기온이다. 바다거북이 겪는 위험은 더 근본적이고 훨씬 치명적이다.
이대로 가면 일부 지역에서는 바다거북이 아예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인간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바다거북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바다거북과 해양생태계를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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