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금감원 소비자 국장이 은행·보험 ‘CEO 인사말’ 캡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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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사말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고객’이다.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약속부터 고객의 소중한 삶을 지키겠다는 다짐까지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고객을 중심에 두겠다는 메시지는 같다.
박현섭 금융감독원 소비자소통국장은 어제(28일) 열린 금융회사 민원·분쟁 업무 모범관행 설명회에서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CEO 인사말을 하나씩 소개했다. 전날 저녁 늦게까지 직접 화면을 캡처하며 준비했다고 한다.

A은행은 고객을 존립 기반이라고 했고, B금융투자회사는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C손해보험사는 고객에게 헌신하는 보험사라는 표현을 썼고, D생명보험사는 고객의 소중한 삶을 지켜드리겠다고 했다.
박 국장은 “헌신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좋다”면서도 “제가 생각할 때는 (이렇게 고객에게 헌신하는 금융사는) 민원 분쟁이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발생하죠”라고 말했다.
이렇게 박 국장이 CEO 메시지를 소개한 까닭은 금융회사들의 인사말을 소개하면서도 고객을 향한 약속이 실제 현장에서도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금융회사에서도 민원과 분쟁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민원을 금융회사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고객이 불편을 겪었을 때 금융회사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민원 처리 과정에서 고객이 겪는 불편을 줄이고 처리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일 역시 소비자 보호의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 금융회사들은 상담과 민원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날 민원·분쟁 대응사례 발표를 맡은 곳은 KB국민은행과 교보생명이었다. KB국민은행은 고객이 상담 과정에서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담원이 문의를 해결하지 못해 다른 상담원에게 연결할 때 고객이 용건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계열사 간 연결 시스템인 ‘KB링크시스템’을 활용해 문의 내용과 메모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고객센터 상담 경로를 정비하고 인공지능(AI) 콜봇의 고객 의도 파악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교보생명은 고객의 목소리가 경영진에게 직접 전달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정례회의에서 고객의 소리(VOC)를 필터링 없이 그대로 듣는 것이다. 때론 감정이 격양된 고객의 목소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객 경영진과 조직장들이 직접 들으며 고객이 실제로 겪는 문제를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오랫동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상담 시스템을 개선하고 민원 처리 절차를 정비하는 노력은 고객이 금융회사와 거래하면서 겪는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업무의 개선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고객의 불만을 일선 담당자의 업무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경영진부터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욱배 소비자보호총괄 부원장보는 “금감원 민원 대부분은 금융사와 거래하는 고객들이 금융사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었다”며 “금융사들도 분쟁 처리를 금감원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 부원장보는 “모범관행을 당장 준수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개선점을 모색한다면 신뢰받는 금융업권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모범관행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 반영해 금융회사의 이행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모범관행 자체가 의무사항은 아닌 만큼 금융회사들이 이를 실제 업무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박 국장이 CEO들의 인사말을 캡처해 소개한 이유도 결국 그 약속을 실제 소비자 보호로 이어가야 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