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퍼블리싱]’남의 게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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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퍼블리싱은 자체 개발 대비 상대적으로 손쉽게 신작 라인업을 확보해 신작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늘도 만만치 않다. 개발사와 갈등이나 법적 분쟁 가능성이 존재하고 게임의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IP)을 온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기대 모은 게임이 법적 분쟁으로
웹젠은 올해 1월 신작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 ‘드래곤소드’를 출시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개발사인 하운드13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출시 한 달 만에 서비스가 휘청거렸다.
갈등의 발단은 계약금 지급 문제였다. 퍼블리셔는 통상 계약 시 개발사에 일정 수준의 최소보장금(MG)을 약속한다. 게임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개발사에 지급을 보장하는 금액으로, 퍼블리셔 입장에선 게임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회수가 어려운 자금이다.
하운드13은 지난 7월 드래곤소드를 확률형 아이템을 뺀 패키지 형태로 바꿔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에 직접 출시했다. 웹젠은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고, 현재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와 함께 본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웹젠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뮤’ IP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작이 법적 분쟁으로 번진 셈이다.
‘아름다운 이별’의 이면…매출공백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원만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사례도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4년 12월 대표작인 ‘검은사막’을 다음게임(현 카카오게임즈)을 통해 국내에 출시했다. 당시는 개발에만 집중하던 시기라 자체 서비스 운영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양사는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하며 5년여 동안 카카오게임즈가 검은사막을 퍼블리싱했다. 2019년 5월 계약이 종료되자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직접 서비스를 시작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게임 개발뿐 아니라 내부에 마케팅과 서비스 조직 등을 만들어 역량을 키웠다”며 “IP 소유권은 개발사에 있기에 계약 종료에 맞춰 이용자 데이터 등을 모두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이 같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올해 3월 자체 개발한 ‘붉은사막’ 역시 직접 서비스로 선보였다.
이를 두고 당시 게임업계에선 ‘아름다운 이별’로 평가했다. 하지만 퍼블리셔였던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핵심 매출원을 잃는 타격을 입었다. 2021년 2월 검은사막의 북미·유럽 서비스 계약마저 만료되며 해당 권역의 운영권도 펄어비스에 넘겨줬다. 2019년 기준 검은사막 북미·유럽 매출은 연 804억원이었는데, 당시 카카오게임즈 전체 매출의 20.6%에 달하는 규모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싱 계약이 끝나면 개발사가 직접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다”며 “퍼블리싱 관련 분쟁이 늘면서 판권, 기술, 아이디어를 보호하려는 경향도 과거보다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 게임사들은 퍼블리싱 계약을 넘어 개발사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하거나 아예 회사 자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 퍼블리싱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IP 소유권을 내재화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IP가 있어야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거나 차기작을 만들 때 유리하다”면서 “개발력과 IP의 가치가 검증된 개발사라면 퍼블리싱에 그치지 않고 인수합병(M&A)까지 검토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