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ICT]킹넷의 ‘4000억’…위메이드 ‘미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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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게임업계에서도 통했습니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를 위협하는 중국 게임사와 관계라 더욱 눈길을 끕니다. 10년 가까이 지식재산권(IP)을 두고 얽히고설켰던 위메이드와 중국 킹넷의 이야기입니다.

박관호 의장이 쏘아올린 공
올해 국내 게임업계를 뒤흔든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위메이드 창업자인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대표이사)의 지분 매각이었습니다. 박 의장은 보유하고 있던 위메이드 지분 전량(39.3%)을 홍콩계 자본이 얽힌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총 매각 금액은 9200억원으로 위메이드 주가 대비 3.6배 가량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이번 거래는 오는 10월30일 완료될 예정입니다.

소송 상대방이 이제는 핵심주주로
주목할 것은 킹넷과 위메이드의 관계입니다. 킹넷은 위메이드와 미르 IP를 두고 2017년부터 법적 분쟁을 이어온 당사자입니다. 킹넷 계열사들은 ‘남월전기’, ‘용성전가’, ‘전기래료’ 등 미르 IP를 활용한 게임에서 위메이드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를 미루거나 지급하지 않았는데요.
위메이드는 국제상업회의소(ICC) 등에 제소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실질적인 회수는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남월전기 관련 분쟁은 올해 2월에 합의해 4월 위메이드가 킹넷으로부터 화해금 430억원을 수령하며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용성전가와 전기래료의 경우 채무자였던 중국 게임사 지우링이 킹넷 계열에서 분리·매각된 후 폐업 수순을 밟아 로열티 회수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마냥 달갑지만은 아닌 사이였음에도 킹넷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미르 IP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던 미르는 동시 접속자 80만명, 누적 이용자 수억명을 기록한 전설적인 IP입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파생 게임이 중국에서 서비스 중이고, 위메이드는 라이선스만으로 연간 1000억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르 IP 시장 규모를 약 6조7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2일 나온 킹넷의 공시 내용을 보면 미르 IP 확보에 대한 킹넷의 강한 집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수거래가 완료된 후 미르의 중국 지역 내 라이선스를 네오스피어를 거쳐 킹넷 측이 넘겨받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라이선스 대가는 위메이드가 기존 파트너와 맺은 계약 수준을 넘지 않는 조건입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미르는 ‘중국의 리니지’로 불릴 만큼 IP 파워가 지금도 여전하고 매출도 꾸준하다”며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우리나라 IP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번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르 IP 향한 중국 게임사의 ‘구애’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전선이 하나 그려집니다.
위메이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미르의전설2·3 사업권은 중국 샨다게임즈 측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위메이드는 2023년 8월 샨다게임즈의 계열사인 한국의 액토즈소프트와 5000억원 규모의 미르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2028년까지 유효합니다. 샨다게임즈 역시 과거 위메이드와 미르 IP 무단 활용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인 경험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르 IP를 두고 위메이드와 분쟁을 벌였던 중국의 두 게임사가 향후 미르 IP를 두고 맞붙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거래를 통해 국내 게임사 IP가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얼마나 매력적인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IP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해외 자본의 거대한 힘도 느껴지는데요. 국내 1세대 개발자의 퇴장, 중국 자본으로 주인이 바뀌는 토종 게임사, 핵심 IP를 둘러싼 게임업계의 치열한 경쟁 등 위메이드 경영권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셈법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