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병원 예약”…SKT가 전화에 AI 붙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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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 곳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AI 소외’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챗봇에 질문하는 과정까지 모두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SK텔레콤이 ‘모두의 AI’에서 전화와 문자에 주목한 이유다. 전용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00만명을 넘겼지만, SKT는 여전히 자사 앱 서비스가 모두에게 닿을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 결과 누구나 익숙하게 사용하는 전화와 문자를 AI의 도구로 활용해, 별도의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AI에 접근할 수 있는 ‘앱리스(Appless)’를 구현하기로 했다.
모두의 AI 앱리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조현덕 SK텔레콤 에이닷전화 담당은 “전화와 문자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전화와 문자가 연결을 목표로 했다면 AI 시대에는 통신사가 잘하는 전화와 문자로 사용자를 이해하고 이용자 대신 실행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앱리스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전화·문자로 장벽 낮추고 직접 수행
SKT의 ‘앱리스’는 앱, 웹을 넘어 전화와 문자까지 AI를 사용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한정되지 않는다. 질문하면 답을 돌려주는 기존 챗봇과 달리, 답하는 걸 넘어서 직접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수행하는 AI로 넘어가는 것이다.
앞서 SKT는 에이닷은 고객센터, 음식점 등 등록된 번호로 전화를 걸면 상담원 연결 전까지 통화 과정을 돕는 ‘에이전트콜’을 선보인 바 있다. SKT는 다음달 베타 서비스를 통해 전화를 대신 걸고 받는 기능을 시범적으로 선보인 뒤 오는 12월에는 두 기능의 완성도를 높여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조 담당은 “대신 걸기를 비롯한 일부 기능은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SKT뿐만 아니라 모든 통신사 이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라면서 “(외산 폰이나 피처폰에 대해서는)아직 모든 단말을 100% 지원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지원이 되지 않는 단말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엄마 병원 예약도 내 AI가”
SKT의 AI 에이전트는 전화를 대신 거는 것을 넘어 사용자를 이해하고 실행을 대신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가족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AI 에이전트로 병원을 예약하면, 예약 당일 AI 에이전트가 먼저 전화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알려주고 병원까지 갈 수 있도록 택시를 예약한다. AI가 가족을 대신해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조 담당은 앞서 SKT가 AI 에이전트로 어르신들의 돌봄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돌본 ‘케어콜’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어르신이 KTX나 SRT 앱을 설치하고 표를 구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전화를 거는 에이전트가 병원을 예약하거나 교통편을 예약·예매해 준다면, 이용자가 AI의 효용을 느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T는 예약부터 결제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컨소시엄에 참여한 하나카드, 신한카드 등과 에이전트 결제 실증을 논의하고 있다. SKT가 내부 망 내에 통화 에이전트와 스피치 투 스피치(STS) 모듈과 거대언어모델(LLM)을 연결하고,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컨소시엄 참여자를 연결하는 구조다.
조 담당은 “SKT 내부 망에서 보안 구역을 구축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면서 “이용자의 에이전트와 결제 에이전트 등이 모두 연결돼 일을 완전하게 해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처럼’ …AI 전화의 진화
전화에 AI를 붙이는 일이 말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다. 챗봇과 달리 전화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동시에 답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응답이 늦어지면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사라진다.
조 담당도 전화를 활용한 AI 에이전트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적 과제로 지연시간과 대화 흐름을 꼽았다. 사람이 말을 멈추는 순간을 AI가 빠르게 파악하고 STS와 LLM 처리로 넘어가도록 구조를 간결하게 만들고 최적화해야만 한다.
조 담당은 “응답 지연이 2초를 넘으면 이용자가 불편해서 쓰기 어렵고, TTS 음성이 너무 기계적이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1~1.5초 정도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KT는 통화 품질을 평가하는 MOS(평균 의견 점수) 기준 5점 만점에 4점 이상을 만족하는 수준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조 담당은 “SKT가 ‘바로(BARO)’ 같은 서비스와 통화 엔진을 만들어 온 만큼, 그간 쌓아 온 역량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한 글로벌 모델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고, 보안 면에서도 낫다고 자부했다. 챗GPT를 내놓은 오픈AI의 경우 리얼타임 API 관련 자료에서, 한국에서 상용화할 때 어렵다고 설명한 부분은 한국어 음성 인식, 잡음·에코 등 통화 품질, 통신망 연동이었다. SKT는 외산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고 이를 구현하고, 국내 데이터가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조 담당은 “전화와 문자는 매우 전통적이지만 도달률은 거의 100%다. 나를 이해하고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된다면, 진정한 나의 비서이자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면서 “전화와 문자를 연결 수단에서 나아가 사용자를 이해하고 대신 실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