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탐구생활]오픈월드, 대작의 새 기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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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작 게임 정보에서 ‘오픈월드’라는 수식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원래 오픈월드는 이용자가 광할한 가상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탐험과 전투, 수집 등을 즐기는 장르를 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특정 장르가 아닌 게임 속 세계를 구현하는 하나의 ‘설계방식’으로 정의하는 게 더 정확해 보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과 융합할 수 있고, 대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들이 오픈월드를 핵심요소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속화하는 장르 융합
크래프톤과 엔씨는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에서 신작을 대거 공개했습니다.
크래프톤 ‘노 로우(NO LAW)’는 사이버 누아르 항구 도시인 ‘포트 디자이어’를 배경으로 한 이머시브 오픈월드 1인칭 슈팅게임(FPS)입니다.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이용자들은 1인칭 시점에서 포트 디자이어 곳곳을 누비며 적들을 소탕하는 장면이 흥미롭습니다.
엔씨의 신작인 신더시티는 동로마 제국과 파괴된 서울 등 미래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SF 오픈월드 3인칭 슈팅게임입니다.
이전의 슈팅게임은 한정된 공간에서 적과 맞서 싸우는 작품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번 크래프톤과 엔씨의 신작을 보면 오픈월드와는 거리가 있던 슈팅게임 장르조차 오픈월드를 기본 뼈대로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신작에 오픈월드 장르를 적극 융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게임 내 ‘이동의 자유’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취향이 강해졌고, 오픈월드의 장점을 살린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하며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올해 국내 게임업계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는 11월 정식 출시를 앞둔 락스타게임즈의 ‘GTA6’는 가상 세계인 ‘레오니다주’와 ‘바이스시티’를 무대로 방대한 오픈월드를 선보입니다. 범죄 액션과 차량 추격전, 총격전 등 GTA 시리즈 특유의 자유도 높은 이동과 탐험이 게임의 핵심 축을 이룹니다.

선택 아닌 필수된 ‘오픈월드’
오픈월드가 게임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은 건 2020년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출시한 ‘원신’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이전에도 오픈월드 게임은 존재했지만 원신은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기술 발전도 오픈월드의 확산을 이끌었습니다. 과거에는 맵을 구역별로 나눠 공간을 이동하거나 한 레벨을 클리어하면 로딩 화면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5가 도입한 ‘월드 파티션’ 기술이 제작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거대한 맵을 격자로 나눠 이용자 위치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실시간으로 불러오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최신 콘솔과 PC에 탑재된 ‘SSD(Solid State Drive)’가 더해지며 지도의 끝에서 끝까지 자유롭게 이동하는 오픈월드 구현이 수월해졌습니다. SSD는 대용량 데이터를 순식간에 읽을 수 있어 게임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고 개발 난이도가 낮아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다른 장르에 비해 오픈월드는 끊김 없는(seamless) 이동 경험을 제공해야할 뿐더러 이용자들이 찾는 모든 공간에 밀도 높은 콘텐츠를 담아야 합니다. 이로 인해 개발 기간은 늘어나고 자연스레 개발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게임시장에서 트리플A급 대작으로 인정받으려면 오픈월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오픈월드에 서브컬처, 생존, 슈팅 등 다른 장르를 더한 작품들이 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개발진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오픈월드는 정해진 루트가 없어 이용자가 어떤 경로로 움직여도 문제가 없도록 모든 동선을 검증해야 해 개발 난이도와 기간이 크게 늘어난다”며 “그럼에도 제대로 완성하면 다른 장르 요소를 얹었을 때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픈월드가 아니면서 흥행에 성공한 게임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최근 출시되는 게임을 보면 오픈월드는 어느새 대작의 주요 기준이 됐습니다. 드넓은 세계를 어떤 콘텐츠로 얼마나 채울지에 따라 흥행 성적이 달라집니다. 오픈월드와 장르융합을 선택한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이 이 성공 공식을 입증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