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저작권 전쟁에…”침해 판단 위한 기준 구체화 필요”

3

게임 저작권 침해 판단 위한 명확한 기준 시급

“국가별 게임 분쟁 사례 및 기준 지속 검토해야”

“게임물 등록 단계서 이의 제도 절차 등 도입 고려”

2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임오경 의원 공동 주최로

최근 게임업계에서 IP(지식재산권) 분쟁 소송이 다수 발생하는 가운데, 게임 저작권 침해 판단을 위한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게임 저작권 보호방안’ 토론회에서 “게임 저작물 관련 침해 기준이 마련돼 가고 있는 상황이나 법원을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분쟁 사례와 기존 법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몇 년간 국내 게임사들의 IP 분쟁 사례가 늘면서 게임 저작물 인정 범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데 따라 마련됐다. 현재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를 두고, 엔씨는 카카오게임즈 및 웹젠과 ‘R2M’, ‘아키에이지워’, ‘ROM’을 두고 저작권 및 영업비밀 분쟁 등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게임물 저작권에 자체가 법적으로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찬동 한국저작권위원회 팀장은 “게임 저작물은 법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국제조약 ‘트립스’에서는 어문 저작물로, 국내 게임산업법에는 영상저작물과 컴퓨터 프로그램의 결합물로 여기고 있다. 대법원은 모든 예술이 포함된 결합 저작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창석 경희대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도 “컴퓨터 게임은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만들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저작권 측면에서 취약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업계에서는 표절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장르 간 유사성이 다수 존재한다는 이유로 게임저작물 표절이 저작물 침해로 인정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저작권법도 게임의 규칙이나 방법이 같은 요소를 보호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다. 본질적인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규칙과 방법까지 전부 침해로 보면 후속작들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 있어서다.

저작권법에서는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근거로 게임 저작물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의거성은 개발자가 해당 게임물을 만들 때 특정 게임물을 인식하고 이에 근거해 만들었는지 여부를 말하고, ▲실질적 유사성은 개발된 게임물이 특정 게임물과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지 여부를 뜻한다.

김 팀장은 “‘팜히어로사가’와 ‘포레스트매니아’ 사례를 보면 1심과 2심에서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지만 대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며 개별 게임 소재의 선택·구성·배열에 창작성이 지켜졌다”면서 “하지만 일본 코나미사의 ‘실황 파월풀 프로야구’와 네오플의 ‘신야구’ 사례처럼 게임 간 유사성 만으로는 창작성 표현형식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게임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으므로 국가별 게임 분쟁 사례와 기준에 대한 검토 등 지속적인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또 과학적 분석에 따른 정책 기획과 국제적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방안도 언급됐다.

유 교수는 “효과적인 저작권 보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정책 기획과 민간 차원의 새로운 수익구조 개발 노력 등이 필요하다”며 “불법 복제의 경우 사설서버 등으로 해외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국제적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자처럼 권리 행사가 어려운 경우, 저작권 신탁 내지는 위탁관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도 존재했다.

강 변호사는 “중소형 게임사는 권리 침해 가능성이 있어도 국내외에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며 “권리관리 단체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권리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게임 저작물은 외부에 공개되기 전 필수적으로 등록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작물 침해 등 이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지목됐다.

강 변호사는 “게임물 등록 단계에서 이의 제도 절차를 통해 일부 필터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 분류를 진행하고 있으나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위원회나 보호원 등 전문기관과의 의견조회를 통해 게임 등급 부여 단계에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임오경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국내 게임산업은 매출 감소, 중국의 추격, 저작권 침해 피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그중에도 심각한 저작권 침해와 이에 따른 소비자 권익 보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