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에 더 많았던 ‘그늘막’‥누가 ‘그늘 크기’를 결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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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만명 당 그늘막 수가 가장 많은 건, ‘강남4구’가 아닌, 광진구입니다. 특히 광진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서도 다세대·다가구 주택 비율이 상위권인 곳입니다.
반면 ‘학군지 아파트’ 목동을 품고 있는 양천구나, 이른바 ‘서반포’로도 불리며 한강변 높은 아파트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동작구는 1인당 그늘막 수가 최하위권에 속합니다.
게다가 횡단보도 그늘막은 보통 큰길에 설치돼 있습니다. 그늘막을 설치하는 각 구청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행정안전부의 ‘그늘막 설치 지침’에 따르면, 주요 간선도로 주변 횡단보도에 설치하라고 돼 있으니까요. 그리고 ‘3.5미터 이상 인도에 설치하라’는 권고 사항이 붙어있습니다. 너무 좁은 인도에 그늘막을 설치하면 보행에 방해될 수 있고, 가끔 그늘막이 도로를 침범해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요. 큰 도로에 붙어있는 인도 중 폭이 3.5미터 미만인 곳이 얼마나 될까요?
‘인도폭이 좁아 설치를 못 한다’는 해명이 잦아, 꼭 설치돼야 할 장소인데도 안 된 현장을 나가 인도 폭을 재어 보니, 3.5미터를 훌쩍 넘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각 구청과 서울시의 ‘해명?’처럼 상대적으로 잘 정돈된 ‘강남권’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게 조금은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해보니, 덜 정돈됐다고 해도 그늘막을 설치할 수 없는 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재정자립도에서 발생한 차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산이 더 많으면, 더 많이 설치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늘막은 대부분 서울시 예산으로 설치합니다. 매년 봄에 서울시가 자치구로부터 그늘막 수요 조사를 한 뒤, 그에 맞는 예산을 내려보내 줍니다. 심지어 많이 깎지도 않습니다. 폭염이 재난이다 보니, 필요하다고 신청한 예산을 거의 그대로 다 줍니다.
물론, 자치구 예산도 투입되지만, 극히 적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늘막 수 1위인 송파구가 작년에 그늘막 27개를 추가하며 사용한 예산은 2억 5천만 원인데, 이중 구 예산은 637만원에 불과합니다. 그해 송파구 예산이 1조 4천억원 정도였으니, 0.00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다른 자치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러니 ‘예산이 없어서 설치하지 못한다’는 해명을 하는 자치구가 만약 있다면, 그건 거짓말을 하는 것이거나, 봄철 서울시의 ‘그늘막 수요조사’ 때를 놓친 것, 둘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도폭 1.6m’에 그늘막 설치한 구청은 어디?
예산 문제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자치구별 그늘막 수를 4배나 차이나게 한 걸까요.
답은, 최근 몇 년 사이 그늘막을 적극 늘린 각 자치구의 재난·안전 팀장님들로부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대문구는 올해에만 그늘막을 53개 새로 세웠습니다. 작년 기준 118개로, 최하위권인 은평구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71개로 서울 자치구 중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거기에 이번 달에 5개를 더 추가한다고 합니다.
올해 그늘막을 10개도 채 늘리지 않은 자치구가 여럿인 점을 고려하면, 이 변화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