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이름이 올해 청룡영화상 후보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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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사진: 넷플릭스)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47회 청룡영화상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10개 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후보를 배출한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명단을 살펴본 영화팬들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영화상에서 가장 중요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가능한 사랑’과 이창동 감독의 이름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작품이 정작 국내 대표 영화상의 핵심 부문에서 제외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능한 사랑’
28일 발표된 후보 명단에 따르면 ‘가능한 사랑’은 설경구와 전도연이 각각 남녀주연상, 조인성과 조여정이 남녀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주요 연기상 4개 부문을 모두 석권할 기회를 얻었다. 여기에 촬영조명상, 각본상, 음악상, 편집상까지 총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군체’, ‘세계의 주인’, ‘암살자(들)’, ‘왕과 사는 남자’, ‘호프’가 선정됐다. 감독상 역시 나홍진, 연상호, 윤가은, 장항준, 허진호 감독이 경쟁한다. 유독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서만 작품상과 감독상이 빠진 셈이다.
이창동 감독 (사진: 넷플릭스)
그 배경에는 무려 20년 넘게 이어져 온 이창동 감독의 청룡영화상 보이콧이 있다. 이러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8년 제39회 청룡영화상 당시였다. 이 감독의 ‘버닝’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국제비평가연맹상과 벌칸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부일영화상 감독상과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청룡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서는 제외됐다. 당시 청룡영화상 측은 이창동 감독과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 이준동 대표가 보이콧 의사를 밝혔으며, 이를 존중해 두 부문의 후보 심사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시계방향으로) ‘오아시스’ ‘밀양’ ‘버닝’ ‘시’
다만 배우와 스태프의 수상 기회까지 박탈하지는 않았다. 청룡영화상 측은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력과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부문은 정상적으로 심사했다. 덕분에 ‘버닝’의 유아인과 스티븐 연, 전종서는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이러한 방식은 2002년 ‘오아시스’부터 2007년 ‘밀양’, 2010년 ‘시’까지 반복됐다. 특히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시’ 역시 이 감독의 강력한 불참 의사에 따라 작품 관련 부문에서 배제됐지만, 주연 배우 윤정희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수상까지 이어졌다.
‘초록물고기’로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 (사진: 청룡영화상)
흥미롭게도 이창동 감독과 청룡영화상의 인연이 처음부터 껄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1997년 연출 데뷔작 ‘초록물고기’는 제18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고, 주연 한석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00년 제21회 시상식에서는 ‘박하사탕’이 각본상을, 설경구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관계가 달라진 것은 2002년 ‘오아시스’ 이후다. 그 배경에는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조선일보사가 후원하는 청룡영화상의 운영 구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감독과 조선일보 계열 언론사의 불편한 관계가 보이콧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노무현 대통령 (사진: 노무현재단)
이창동 감독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이후 노무현재단 문화예술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그의 정치·사회적 행보와 언론사에 대한 입장이 청룡영화상 불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다만 이 감독이나 제작사가 보이콧의 구체적인 이유를 정치적 문제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어 단정할 수는 없다. 오는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제47회 청룡영화상에서도 ‘가능한 사랑’은 작품상과 감독상 없이 경쟁하게 됐다. 20년 넘게 이어진 이 감독과 청룡영화상의 특별한 관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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