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st BIFF] 수많은 얼굴을 지나, 김고은이 향하는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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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최근 가장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고은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서로 다른 얼굴을 만들어온 과정과 연기를 대하는 태도, 자신을 돌보는 방법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8일 부산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액터스 하우스: 김고은’이 열렸다.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작품과 연기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이다.
김고은은 영화와 시리즈를 자유롭게 오가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줘 왔다. 2012년 ‘은교’로 데뷔와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차이나타운’ ‘도깨비’ ‘대도시의 사랑법’ 등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2024년 ‘파묘’로 천만 흥행의 기쁨을 맛본 데 이어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까지 쉼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액터스 하우스’ 주인공으로 관객 앞에 선 김고은은 “오늘이 오기까지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지난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됐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김고은만의 방식도 공개했다. 그는 “대본을 읽으며 처음 떠오른 인물의 외형적 이미지가 있다면 그 이유를 다시 대본 안에서 찾아가며 구체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자신의 생각뿐 아니라 예상되는 반대 의견과 그에 대한 답까지 준비한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천만 관객을 매료한 ‘파묘’의 화림 역시 치밀한 고민 끝에 탄생했다. 김고은은 화림을 두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일을 할 때는 명확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신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들 사이에서도 유독 프로페셔널한 사람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미세함이 화림을 만들겠구나 싶어 작은 동작과 제스처에 많이 집중했다”고 전했다.

김고은은 새로운 작품을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스스로에게 ‘어쩌라고, 스트레스 받으면 어쩔 건데. 그냥 받아’라는 마음으로 대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유연함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의 여유는 연차가 쌓였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를 조금 여유로울 수 있게 내버려두는 훈련도 용기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를 여유롭게 내버려둘 수 있는 것도 큰 용기다. 그래서 더 나를 여유롭게 두려고 훈련시켰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힘듦을 외면하지 않는 것도 건강한 배우 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김고은은 “안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힘들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며 “내가 외면한 것이지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나 지금 힘들구나’라고 생각하고 바라봐 주고 시간을 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매 작품이 끝난 뒤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일부러 자신이 잘한 장면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래, 이건 좀 잘했어”라며 스스로를 칭찬한다는 그는 “제가 아프면 안 되잖아요”라며 웃었다.
계속해서 다음이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항상 당연한 것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주어지는 모든 일이 언제까지나 주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일 안에서 증명해야 한다. 그 증명이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얼굴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고 내 안에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궁금해해 주셔야 또 보여드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또 새로운 게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다시 ‘액터스 하우스’를 찾을 날도 기약했다. 김고은은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이 봤을 때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조금 더 남기고 다시 한번 이런 자리를 갖고 싶다”며 “2026년의 나를 돌아본다면 굉장히 열정적으로 열심히 일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체력 관리를 더 잘하면 앞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관객과의 시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