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김고은 말고 박지현이 국제 에미상 여자 연기상 후보된 이유?
나우무비 조회수
「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의 박지현이 한국 여배우 최초로 국제 에미상 연기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시상식에서는 함께 작품을 이끈 김고은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던 만큼, 이번에는 박지현의 이름이 국제 무대에서 호명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제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제54회 국제 에미상 후보 명단에 따르면 박지현은 「은중과 상연」으로 최우수 여자연기상(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후보에 올랐다. 벨기에 「홀리 쉿(Holy Sh!t)」의 모나 미나 레온, 멕시코 「우카의 세계(Lucca’s World)」의 바르바라 모리, 영국 「아이 파우트 더 로(I Fought the Law)」의 셰리던 스미스와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다.
한국 배우가 국제 에미상 개인 연기상 후보에 오른 사례 자체가 드물다. 남자 배우 가운데서는 「추노」의 장혁과 「닥터 브레인」의 고(故) 이선균이 앞서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박지현은 한국 여성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은중과 상연」은 학창 시절 처음 만나 서로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동경하면서도 질투하고 미워했던 류은중(김고은)과 천상연(박지현)의 반평생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두 배우는 사실상 투톱 주연으로 극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김고은이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대상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지만, 국제 에미상이 선택한 배우는 박지현이었다.
그렇다면 왜 박지현이었을까.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국제 에미상 측이 박지현을 선정한 구체적인 이유나 심사평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고은 대신 박지현이 후보가 된 배경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작품에서 두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성격과 표현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김고은이 연기한 은중이 긴 세월에 걸쳐 상연과의 관계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인물이었다면, 박지현의 상연은 그 자체로 변화의 폭이 큰 캐릭터였다. 은중을 향한 동경과 질투, 애정과 원망을 오가고 성공한 영화 제작자가 된 뒤에는 말기 암 환자로 다시 은중 앞에 나타난다. 20대부터 40대까지 세월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표현해야 했다.
특히 말기 암 환자를 표현하기 위해 감행한 박지현의 노력도 화제가 됐다. 박지현은 작품 공개 당시 인터뷰에서 40대 상연을 준비하며 환자들을 관찰했고, 2~3주 동안 물과 아메리카노 정도만 마시며 단식했다고 밝혔다. 몸이 마르는 동시에 얼굴이 누렇게 붓는 모습을 보고 이를 캐릭터 표현에 활용했고, 촬영 전 일부러 2~3시간 동안 울어 얼굴을 부은 채 현장에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 심사에서는 이처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체 변화와 삶의 마지막을 앞둔 인물의 극적인 서사가 강한 인상을 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해석일 뿐, 후보 선정의 공식적인 이유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후보 지명을 두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우열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은중과 상연」의 힘은 오히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완성한 김고은과 박지현의 팽팽한 균형에 있었다. 은중의 감정을 김고은이 차곡차곡 쌓았다면 박지현은 상연의 거대한 감정적 진폭과 육체적 변화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박지현 인스타그램
국내에서는 김고은이 청룡시리즈어워즈 대상으로 먼저 인정받았고, 이번에는 박지현이 한국 여배우 최초 국제 에미상 연기상 후보라는 기록을 세웠다. 누가 더 잘했느냐를 가르는 것보다 한 작품의 두 주연이 서로 다른 무대에서 각자의 연기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은중과 상연」이 거둔 가장 흥미로운 성과일지 모른다.
제54회 국제 에미상 수상자는 오는 11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발표된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