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는 왜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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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철도 건널목을 건너려다 차단봉이 내려지면서 그 사이로 차량이 갇히는 사고에 대비한 문구이다. 빠르게 내달려오는 열차의 속도에 치여 사고를 당하는 위기에 처했을 때 차단봉을 부수고라도 빠져 나가라는 의미로 들릴 수 있지만, 실상은 상황을 고려해 안전한 대피 방법을 빠른 순간적 판단으로 찾아야 한다는 말로 보인다. 사람의 세상에서 위기에 갇혔을 때 돌파해나가기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로 잘 알려진 박해영 작가의 신작인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가 18일 공개됐다. 드라마는 20년째 연출 데뷔하지 못하고 있는 40대 영화감독 ‘지망생’ 황동만(구교환)과 시나리오에 대한 날카롭고 정확한 시선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변은아(고윤정)의 이야기. 두 사람은 자신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과 지지고 볶아가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성장해갈 것임을 ‘모자무싸’ 첫 회는 시사했다.
첫머리에 인용한 문구는 그 첫 회에 등장했다. 이미 박 작가의 2018년작 ‘나의 아저씨’에서도 등장한 바로 그 철도 건널목의 차단봉에 박힌 문구이다. ‘나의 아저씨’에서처럼 두 주인공은 그 근처의 동네에 살고 있으며, 이 공간은 앞으로도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 건널목, 특히 차단봉이 내려진 공간은 어두운 밤 이쪽과 저쪽 동네를 가르지만, 어쨌든 건너가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배경의 설정이 된다. 황동만과 변은아는 첫 회부터 나란히 차단봉 앞에 섰지만, 이들은 아마도 늘 건너다니는 이 길의 차단봉 문구를 또렷하게 각인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토록 명징한 메시지를 담은 문구와 달리 두 사람은 아직 자신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위기와 상처에 시달리고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차단봉 앞에서 나누는 대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았다.
황동만이 말만 많고 가벼운 처신으로만 일상을 채워가는 것처럼 비난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의 아픔을 “공포”라 말했다. 흥행에 성공하고 연출 데뷔한 주변 감독들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려 애쓰는 것도 아마 거기에서 발원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황동만의 “공포”는 차가운 현실을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쓰지만, 번번이 좌절하며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절망임을, 황동만에게는 그럴 만한 “힘”과 “파워”가 아직 부족함을 변은아는 알아보았다. 황동만은 존재감을 애써 스스로 확인하려 할 때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변은아가 들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차단봉 내려진 건널목에서 아직은 낯선 동질감과 공감의 위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갇혔을 때 돌파’해갈 것임을 그 메시지처럼 명징하게 암시하며 긴 여정의 출발점에서 발을 뗐다.
그것은 변은아가 어떤 상처와 아픔을 지녔는지 내어 보일 2회(19일 방송)를 지나, 서로에게 손 내밀어 서로를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어 함께 성장해가며 치유해가는 과정이 될 것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두 사람이 일방통행 길을 내달려 갈 때 드러나는 속도 경고판의 수치도 서서히 올라가지 않을까.
박해영 작가의 빼어난 상황과 설정, 대사의 묘사가 황동만과 변은아에게 “힘”과 “파워”를 줄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