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저씨’ 김석훈, 소박한 실천의 미학
망태기를 둘러메고 공원 주변을 어슬렁거리더니 이내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 꾸미지 않은, 지극히 수수한 옷차림에 중고물품을 사고팔며 거기서 얻는 행복감을 자랑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톱스타급 연예인이다. 대중에게 비치는 소박하고 절제된 일상의 미덕이 한껏 묻어난다.
배우 김석훈(51). 1996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무대에 나선 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시사교양프로그램 진행 등을 통해 낯익은 김석훈이 최근 대중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달 13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드러낸 진솔한 모습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놀면 뭐하니?’의 진행자 유재석과 대학(서울예대) 동기인 김석훈은 방송에서 자신의 하루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서울 남산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려 읽는 즐거움을 말하고, 중고물품 경매 시장에서는 아직 쓸 만한 중고물품을 ‘득템’한 기쁨에 활짝 웃는다. 서울 남대문시장으로 유재석, 하하, 주우재, 이이경 등 출연진을 이끌어 낸 그는 소박한 소비생활의 ‘팁’을 안겨주기도 했다. “나만 따라오면 적은 돈으로 큰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이에 호응했다. 13일 방송편은 수도권 가구 6.6%(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가구 5.8%의 시청률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모두 김석훈의 힘이다.
김석훈은 사실 이미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로 누리꾼들의 지지를 얻어왔다. 채널 이름이 말해주듯, 그는 쓰레기를 주제로 동네 쓰레기를 줍거나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해 물품을 다시 쓰는 방법, 일회용품 쓰지 않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소박한 소비생활이다.
유튜브 채널명에서 따온 ‘쓰저씨’라는 별칭을 얻은 김석훈은 “여름이 더 더워지고 겨울이 따뜻하거나. 기후 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고 한다”면서 날씨 문제로부터 환경과 쓰레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자신의 일상과 그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히 설파한다.
톱스타에 대한 일반과 세간의 호기심 또는 선입견과는 매우 거리가 먼, 마치 시청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아저씨’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모습은 대중적 시선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석훈은 “뭔가를 사면 날 행복하게 해줄 것 같지만, 잠깐이다. 한 시간, 한 달, 1년이다.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면서 “소비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는 가치관을 안고 산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김석훈은 말뿐이 아닌, 실제 실천하는 시민으로서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